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지하 10m 깊이의 땅굴을 이용해 두 번째 탈옥에 성공했다. 약 1년에 걸쳐 진행된 구스만의 탈옥 계획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방불케 하는 치밀함이 엿보였다.
구스만은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높이 1.7m, 폭 80㎝, 길이 1.5㎞에 달하는 땅굴을 뚫고 도주했다. 땅굴의 입구는 구스만의 독방 샤워실 바닥에 있었다. 크기는 가로·세로 각 50㎝에 불과해 체구가 작은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구스만은 입구에서 지하 10m 깊이에 있는 굴까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굴 속에는 파이프로 만들어진 통풍구와 조명이 설치돼 있었다. 또 바닥엔 레일이 깔려 있고 구스만이 타거나 물건을 나를 수 있도록 개조된 소형 오토바이도 있었다.
멕시코 현지 언론은 13일(현지시간) 전문가를 인용해 이 땅굴을 파는 데 최소한 4명의 인부가 하루 평균 4.9m씩 8~10시간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6.5t 크기의 트럭이 토사를 하루에 한 차씩 352일간 실어날라야 이 같은 규모의 굴을 뚫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당시 소음은 100~140데시벨(기차 소리 수준)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옥 계획이 들키지 않은 이유는 프리즌 브레이크와 달리 굴을 뚫는 작업이 외부에서 시작돼 구스만의 독방 샤워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땅굴을 파는 작업은 교도소 외곽의 인적이 드문 목장 내부에 있는 벽돌 건물에서 시작됐다. 이 건물은 외관상 건축 공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침대와 부엌 등이 있어 인부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2월 체포된 구스만은 외부에 있는 조직원들을 통해 인부들을 고용하고 굴을 뚫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구스만이 고용한 법무팀은 미국의 신병인도 요구와 다른 교도소로의 이동을 막았다.
이 외에도 구스만은 탈옥을 위해 교도소 직원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정부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구스만은 수갑을 차고 24시간 보안 카메라의 감시를 받았다”며 교도소 직원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구스만에게 현상금 6000만 페소(약 43억3000만원)를 걸었다.
한편 미국 마약 당국은 구스만이 탈옥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땅굴을 이용할 것이라는 정보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