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전인지, US오픈 우승 ‘우연이 아니다’…스승과 3년간 철저한 준비
입력 2015-07-14 14:34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역전승을 거두면서 ‘메이저 퀸’에 등극한 전인지. 사진(美 펜실베이니아)=AFPBBNews=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 유서근 기자] ‘덤보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메이저퀸에 등극했다.
첫 출전한, 그것도 메이저대회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전인지의 우승을 '天運'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번 우승에는 아마추어 때부터 전인지의 잠재력을 알아본 스승 박원골프아카데미 박원 원장과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다.
알려진 것처럼 전인지의 US여자오픈 출전은 처음이다. 그 동안 기회가 있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출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신인이었던 2013년 전인지는 한국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 대회 우승으로 이듬해 US여자오픈 출전권을 따냈지만 2014년 한국여자오픈과 일정이 겹쳐 포기했다.
출전권을 따낸 이상 미국행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스승인 박원 원장은 만류했다. US여자오픈 출전기회는 얼마든지 있지만 한국여자오픈 타이틀 방어의 기회는 다시 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골프채를 잡는 순간부터 꿈꿔왔던 US여자오픈 출전이었기에 전인지는 당시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지만 결국 마음을 돌렸다.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전인지는 지난 2년 동안 박원 원장과 함께 언젠가 다시 만날 US여자오픈을 위해 칼을 갈았다.

이번 우승으로 전인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아직 진출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전인지의 LPGA 투어 성공은 희망적이다.
전인지는 지난 2011년 말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프로 무대에 데뷔하면서부터 미국 올랜도의 사이프러스 골프장에서 박 원장과 함께 사실상 LPGA 투어 적응훈련을 시작했다.
준비한 지 4년만인 올해 전인지는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LPGA 투어를 뛰었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마지막 적응이었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역전승을 거둔 제자 전인지를 위해 통역을 맡은 스승 박원아카데미 원장. 사진=SBS골프 중계 화면 캡쳐.
위기도 있었다. 컨디션 조절이 문제였다. 시즌 초부터 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전인지는 매 대회 출전으로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라운드를 마치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전인지는 대회 강행을 요구했지만 박원장은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전인지에게 박 원장은 고집 피우려면 인연을 끊자”고 단호하게 말했고, 대회를 기권시켰다.
작은 부상이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판단도 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이미 초청장을 받아 놓은 J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과 US여자오픈 그리고 더 나아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긴 여정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짧은 휴식이었지만 전인지는 박 원장의 바람처럼 처음 출전한 일본과 미국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가져왔다. 전인지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능력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고 제자는 스승의 모진 말에도 섭섭해 하지 않았다. 또 눈앞에 보이는 이득보다 선수를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선수를 지도하고 이끈 노력의 결과가 첫 출전한 US여자오픈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yoo6120@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