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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가난한 연극배우들, 그들은 왜 죽어야만 했나
입력 2015-07-14 11:12  | 수정 2015-07-14 15:2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지난 6월, 생활고를 겪던 두 배우가 연이어 세상을 등졌다. 2012년 작가 최고은의 죽음과 닮아있었다. 매년 생활고로 죽는 예술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두 배우의 죽음이 있기 전까지 예술인 복지금, 즉 창작 지원금은 집행조차 되지 않았다. 죽음 이후에야 대중에게 알려진 그들의 이름 석자. 더 이상 그 죽음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 반복된 비극, 두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
지난 6월 21일, 연극배우 故 김운하씨가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0년 넘게 연극무대에 섰던 그는 연기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말하던 열정 가득한 배우였다.
다음 날 또 한 명의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故 판영진씨였다. 첫 주연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한 재능 있는 배우였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에 따르면, 그의 집 앞에는 여러 장의 체납 고지서가 쌓여있었다. 누구보다 뜨거웠던 두 배우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대한민국에서 무명배우로 산다는 것
회 당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출연료를 받는 브라운관의 스타들.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소속된 약 4천명의 연기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작년 연소득이 1,020만원 미만인 연기자가 무려 70%에 달했다.

배우들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는 현실로 내몰렸다. 이처럼 연예계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해진 원인은 부실한 외주제작사의 난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과정에서 스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회 당 제작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의 출연료가 올라갈수록 조·단역 배우들의 출연료는 더욱 더 보장받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더 큰 문제는 그 적은 출연료조차 받지 못하는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2015년 7월까지 집계된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액수는 총 26억 2천만원.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아야 할 돈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작품의 배역이 단역이라고 해서 현실에서마저 단역이여야 하는 것인가?
■ 연극인들의 절규 우리 계속 연극하게 해주세요”
여러 분야의 문화예술인 중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는 50.5%로 연극인들이 가장 높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100만원 안에 연극 활동 외 아르바이트 수입도 포함되었다는 것. 하지만 연극인들은 그 마저도 받기 힘든 현실이다.
이유는 문화지구 형성 후 치솟는 임대료와 대관료 때문. 극단 관계자들은 오른 임대료와 대관료를 감당하기 위해 배우들의 출연료 지급이 뒤로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연극계 현실이라고 말한다.
극단 대표이자 연극배우인 김동수씨도 배우들의 출연료를 챙겨주고, 극장의 폐관을 막기 위해 빚을 지면서 결국 파산까지 하게 됐다.
대학로에는 현재 700개가 넘는 극단들이 있다. 그 중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극단은 극소수다. 어쩌다 한번 무대를 올리게 되더라도 극단의 배우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필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보험제도(앙떼르미땅)이 마련되어 있었다. 10개월 반 동안 507시간 이상의 예술활동을 충족시키면 최대 8개월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PD수첩 제작진이 만난 프랑스 연극 극단 ‘시곤의 감독은 자동차산업의 수익보다 공연예술 산업이 더 큰 수익을 창출해 내기 때문에 예술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밤 11시 15분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생활고로 힘들어하는 연극인들과 방송계에 만연한 임금 체불 및 출연료 미지급 실태를 들여다보고 예술인 복지 현황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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