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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단편의 재구성’③] 민규동 감독 “양적확장 아닌 질적확장 이뤄져야”(인터뷰)
입력 2015-07-14 09:33 
사진=MBN스타 DB
[MBN스타 박정선 기자]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대표집행위원인 민규동 감독은 ‘허스토리 ‘새 열일곱 등의 단편영화로 연출력을 인정받고, ‘열일곱을 함께 만든 김태용 감독과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데뷔했다.

이미 오랫동안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민규동 감독에게 최근 단편의 장편화가 이루어지는 이유와 그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러한 작업들이 계속해서 시도될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Q. 단편의 장편화가 흔한 일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시도가 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A. 요즘은 조건의 부담이 적기 때문에 단편이 길어진 경우가 있다. 그건 이야기가 많이 담기는 단편이 많아졌다는 거다. 긴 상업영화의 압축본 같은 느낌이다. 예전 단편은 순수해야하고, 상업적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여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강박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 단편도 스릴러, 공포, 액션, 코미디 등이 있다. 예전에는 이렇지 못했다. 주로 사회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런 단편이 많아지다 보니까 장편상업영화로 발전되기 쉬운 것 같다.”

Q. 장편감독으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는 건가?
A. 그렇다. 1990년대에는 조감독 생활을 오래하고 장편으로 데뷔하는 시절이었고, 2000년대에는 단편에서 재능을 보이면 장편으로 데뷔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단편의 만듦새가 높아지다 보니 연출력의 가능성을 보는 것 같다. 제작자들이 소재적인 완성도를 가진 작품과 재능 있는 연출력을 갖춘 감독을 합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Q. 이번 미쟝센영화제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던가?
A. 마치 단편영화제가 상업감독의 마켓 같은 통로다. 길이의 차이만 있을 뿐 충분히 상업영화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미쟝센영화제도 마찬가지다. 감독 계약도 많이 하고 금방 데뷔 준비를 많이 하더라. 물론 여기에는 순기능과 역기능 동시에 있다. 허정 감독처럼 성공적인 데뷔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구상만 하고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감독들도 있다. 결국은 이후의 재능에 대한 장애물을 넘는 것은 계속 되는 거다.”

Q. 그렇게 되면 단편을 원작 개념 보다, 장편을 만들기 위한 발판으로 밖에 여기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생기지 않을까.
A. 사실상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고 예외적인 경우로 생각한다. 다만 ‘나의 재능을 알아볼 사람들이 있겠지 ‘그러니까 잘 만들고 신선하고 특별한 영화를 만들어야지 등의 전투적인 의식은 강화된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의 단편들도 굉장히 유명했다. 당시에는 볼 기회가 없었지만 훌륭한 감독으로 성장할 거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보는 지점에 있어서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거다. 다만 그 통로가 오픈되고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Q. 단편을 장편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 중에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면?
A. 난 감독이다 보니 상업적인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제작자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감독으로서 내 개인적인 생각은 독립영화는 자신의 돈으로 프로듀서까지 동시에 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본인 영화로서의 성격이 많다. 하지만 장편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소통 방식과 자신만의 영화라는 독단적인 자의식이 방해가 될 수 있다. 대문에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 사실 나만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인식의 확장이 필요한 거다.”

Q.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A. 맞다. 경험이 많은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그 배우들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소통하고, 그 경험치를 극에 녹여내는지가 관건이다. 그것 역시 새로운 도전이다. 전체적으로 단편의 장편화는 단순히 이야기가 길어지는 과정이 아니다. 질적인 확장이지 양적인 확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Q. 그렇다면, 이러한 단편의 장편화가 계속해서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인가?
A. 이번 미쟝센영화제에는 드라마 장르보다 스릴러, 액션, 코미디 등 명백한 장르의 영화들이 굉장히 많았다. 20년 전 제가 단편을 만들 때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상업체계 안에서의 특성들이 반영되는 것도 같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영화들이 길다. 그래서 긴 영화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검은 사제들도 이와 같은 경우다. 성공적인 사례도 보이니 앞으로 더 많은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쟝센 영화제에도 프로듀서들이 많이 오는데, 그게 관심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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