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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6년차 아이돌 인피니트의 ‘발걸음’
입력 2015-07-13 19:46  | 수정 2015-07-13 19:4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언제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항상 불안하면서도 설렌다. 그저 현재를 즐기면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다섯 번째 미니앨범 '리얼리티(Reality)'를 13일 발표한 그룹 인피니트가 이처럼 토로했다. 이날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 쇼케이스 현장 무대 뒤 대기실에서다.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마냥 활달하고 개구쟁이 같은 모습만은 아니다.
인피니트는 데뷔 후 지난 5년을 뒤돌아보는 한편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내다봐야할 시점에 놓였다. 어느 정도 인기 궤도에 올라선 아이돌 그룹이라면 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라지만 대중은 냉정하다. 음악적 성장 없는 정체는 곧 퇴보다.
인피니트 호야는 "앨범 '리얼리티'는 한 마디로 알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들려드린 음악은 보여줄 듯 말 듯 했다. "이번에는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동우는 "인피니트 하면 떠오르는 맛을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 어떠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우러나는 인피니트 특유의 맛 말이다.
멤버 모두 각오가 남달랐다. 엘은 "타이틀곡 '배드(bad)'는 그간 우리가 갈고 닦은 모든 것을 보여드릴 수 있는 필살기이자 결정체"라며 "칼을 갈았다. 이를 악물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들의 '배드' 무대는 강렬했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도입부가 일단 듣는 이의 귀를 잡아 끈다. 묵직한 베이스 비트 위에 얹혀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경쾌하다. 현악 클래식 선율이 더해지면서 서정성도 가미됐다.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웅장한 기계음도 곳곳에 배치됐는데 이를 미래지향적 사운드라고 소속사는 표현했다.
춤은 기존의 '칼군무'와 조금 다른, 힘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그루브로 남성미를 물씬 풍겼다.
아쉬운 점은 그들에게서 아직 어떠한 '깊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순히 퍼포먼스 스타가 아닌, 공연형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인피니트지만 솔직히 점점 웅장하고 화려한 사운드로 포장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로서 진화하는 시작점은 자작곡이다. 물론 작사·작곡만이 가수의 가치 평가 기준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자신들 음악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게 사실이다. 철학까지는 아니어도 이야기가 없는 음악은 듣는 이의 가슴에 오래 울려 퍼지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무한(infinite)' 그룹 인피니트의 한계는 여기에 있다.
다행인 건 유닛 인피니트H로 나섰던 동우와 호야가 작사와 랩메이킹, 멤버 우현이 기존 앨범에서 '뷰티풀'을 작곡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래서 타이틀곡 '배드' 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곡이 있다. 앨범 수록곡 '발걸음'이다.
동우와 호야가 랩 메이킹한 '발걸음'에서는 인피니트의 고민과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이러다 모두 멈추면 이곳이 내 끝일까/ (중략) 뒤돌아 보지 마/ 뭘 이뤘건 뭘 잃었건 발자국은 다 지난날이야/ 뒤처져도 괜찮아 네가 넘어야 할 건/ 어제의 너와 거울 속의 너야.' 인피니트는 이미 알고 있다. 인피니트가 진짜 넘어야할 벽은 이제 그들 자신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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