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김무성과 유승민의 "새로운 길"
입력 2015-07-13 18:34  | 수정 2015-07-13 18:4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내일(14일) 취임 1년을 맞습니다.

취임 100일 당시 김무성 대표의 말과 오늘의 말을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2014년 10월2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 "일신우일신의 심정으로 항상 새롭게 좋은 방향으로 (당을) 변화시키겠다. 낙제점은 면했다고 생각한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오늘 취임 1년 기자회견)
- "오로지 '국민에게만 지는 당 대표'가 되겠습니다.새누리당은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흔들리지 않고 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시정 여론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점수로 따지자면 스스로 좀 미흡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은 신의와 선거로 말합니다.

김무성 대표가 취임 당시 일갈한 약속은 '수평적 당청 관계'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청 관계는 수평적 관계가 됐을까요?



많은 정치학자들과 평론가들은 이 부분에 B이상의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물론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눈치만 본 것은 아닙니다.

지난 연말 큰 파문을 낳았던 이른바 '십상시 문건' 당시 청와대 음 모 행정관의 말을 빌어 'KY(김무성, 유승민)배후설'이 나왔을 당시 '청와대 조무래기들'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공무원 연금 처리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청와대를 견제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2014년 12월29일)
- "정부가 어떤 정부에요. 박근혜 정부 아닙니까. 그럼 연금하는 것을 국회와서 해야하는데 우리하고 상의도 없이 정부에서 마음대로 발표를 해요? 기가 막힌 심정이에요. 이 정부의 무능입니다. 무능."

하지만, 여기까지가 다였습니다.

지난해 취임 직후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2014년 7월15일 청와대)
- "우리 모두는 '풍우동주'입니다.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입니다. 대통령 잘 모시고 잘하겠습니다."

애초에는 당대표로서 박 대통령을 처음 마주하는 자리라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고비마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를 봤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정작 당청 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야 할 고비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쪽을 쳐다봤습니다.

최근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처리 문제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와 부딪히지 않으려 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6월1일)
-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을 하고 결국 그것은 대통령의 뜻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가 없는 거죠."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7월7일)
- "최고위원회에서 그렇게 의논이 된 것이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수용했어요.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채택돼야 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가 늘 박근혜 대통령 그늘 아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입니다.

김 대표의 마음 속에는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길이 있습니다.



김 대표가 오늘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를 읊은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

이 새로운 길은 그냥 허언이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가 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4월 당시 차기대권 주자 지지율은 7.8%에 불과했습니다.

대표 취임 직후인 7월에는 13.4%로 올랐고, 성완종 사태에도 불구하고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후에는 23.3%까지 오르며 1위로 등극했습니다.(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유승민 원내대표 파동에도 이 지지율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김 대표의 마음에는 "나의 길"과 "새로운 길"이 자리잡을만 합니다.

새로운 길을 꿈꾸는 이는 또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입니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대구 지역 의원들이 모여 저녁을 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새누리당 조원진의 대구시당 위원장 취임 환영 자리였지만, 유 의원 주변에 많은 의원들이 함께 했다는 자체가 사람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TK의 미래로 불리는 터라 이제는 '대통령감'이 된 것일까요?



대구 동구에 붙은 플래카드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습니다.

"휘어진 나무는 덩쿨이 되지만, 부러진 나무에선 새순이 돋습니다."

이번에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휘어지지 않고 (대통령에 맞서) 부러진 것이 차라지 잘된 일이고, 이로 인해 대통령감이 됐다는 뜻일까요?

유승민 의원과 고교 동창인 박찬정 청주대 교수는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훈수가 유승민 본인의 판단력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2주 넘게 고집스럽게 원내대표 자리를 지킨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당장 그만두고, 대통령에게 사과하라는 주변의 훈수를 거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차기 대권주자로, TK의 미래로 부각됐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주변 훈수보다 자신의 판단이 맞았던 것일까요?

박 교수가 전하는 유 의원의 색채는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친구의 취미는 잘난 친구가 잘난 척하는 걸 단속하는 것이다"

항상 겸손하게 살았다는 의미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잘난 척 하는 그 어떤 이도 자신보다 뛰어나지는 않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유승민 의원은 TK의 현재인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요?

누구나 '나의 길,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수많은 장애물과 고비, 갈딱고개가 자리고 하고 있고,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이도 많습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 이들이 가고자 하는 그 길 너머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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