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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수 황치열, 얄밉도록 치열한 구수함
입력 2015-07-13 09:06  | 수정 2015-07-13 09:38
황치열(사진=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노출의 계절, 걸그룹 열풍으로 후끈 달아오른 요즘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던가. 열을 열로 다스린다는 뜻과 상관 없지만 왠지 KBS2 '불후의 명곡'이 낳은 스타 황치열을 만나고 싶었다.
썰렁한 농담에도 시원한 너털웃음을 쏟아내는 그가 정겹다. 웃음소리에서조차 새어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 억양은 결코 무뚝뚝하지 않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속 담긴 사람 됨됨이가 구수하다.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 무더위 따위는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황치열의 낮고 굵직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한여름밤 무더위를 날리기 충분했다. 또한 실제로 황치열의 노래 인생 이야기는 그의 이름처럼 치열했다.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에 함께 출연했던 울랄라세션은 황치열의 무대가 끝난 후 "진정 얄미운 사람이다. 실력이 부럽다"고 했다. 박승일은 그를 향해 "말까지 서글서글하고 차분하다. 더 얄밉다"고 토로했다.
10년이란 오랜 무명 시간을 버텨온 그이기에 얄밉도록 능청 맞다. 대중에 익숙치 않은, 아직은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나 음악을 하기 위해 걸어온 황치열의 노력은 치열했다. 그의 재발견은 그래서 흥미롭다.
다음은 황치열과의 일문일답. (※ 더 많은 내용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황치열(사진=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Q. 데뷔 이래 첫 TV CF를 찍었다
A. LG유플러스 우퍼(4개의 스피커에 저음용 우퍼 2개를 추가한 일체형 복합 음향장치) 광고였다. '홍대 여신' 리싸와 듀엣으로 그룹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노래까지 불렀다.
Q. 출연료는 얼마?
A. 소형차 한 대 살 수 있는 정도다. 중형차는 안 된다. 아직 정산은 안 됐으나 이런 목돈은 처음이다.(웃음)
Q. 출연료 받으면 무엇하고 싶나
A. 나는 저축이 생활화 되어 있는 생계형 가수다. 아직까지는 쓸 만큼 벌지도 않고 있다. 예전부터 부모님에게 모아 드렸다. 가족에 대한 의미가 크다.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
Q. 재테크는 하지 않나
A. 어릴 때부터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컸다.
Q. 그래도 로또 당첨된 기분일 것 같다
A. 로또 두 번 사봤다. 난 그런 운은 없는 것 같다. 숫자 하나 맞더라. 물론 나도 자동차·집 등 사고 싶은 건 많다. 드림카도 있다. 자전거와 롱보드 타는 것을 좋아하고 캠핑도 좋아한다. 난 시골 사람이라 산(山) 공기를 좀 마셔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여유가 되면 조금 큰 차가 있었으면 한다.

Q.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A. ‘너의 목소리가 보여를 통해 화제가 됐고 '불후의 명곡'을 통해 자리매김했다. '내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의아함이 들었을 정도다. 예전에 사실 ‘보이스코리아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부담스러웠다. 이번에는 사실 준비랄 것도 없이 평소 하던 대로 노래 부르고 왔는데 방송 이후 그렇게 큰 관심 가져주실지 몰랐다.
(▶황치열은 지난 2007년 디지털싱글 ‘한 번만으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그룹 015B의 객원보컬과 웬즈데이 멤버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인피니트 보컬 트레이너 출신, ‘임재범이 인정한 목소리로 소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Q. 갑작스러운 인기가 무섭지 않은가
A. 무섭다는 느낌보다 신기했다. 여태껏 관심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인생 한방이구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동안 고생 좀 했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무언가를 감당하려면 '이제 더 잘해야겠다' 싶더라. 그 생각을 하니 어깨가 무거워지면서 살이 빠지더라. 불과 몇 달 사이만에 5~6kg 빠졌다. 먹는 건 똑같은데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얼굴 살이 쏙 빠지면서 주변에서 걱정 많이 하신다. 어머니가 놀라셨다.
Q. 그간 주목받지 못한 세월, 억울하지는 않았나
A. '치열'이란 이름으로 SBS 드라마 ‘연인 OST(임재범의 ‘고해 리메이크 곡)를 불러 데뷔했다. 당시 반응이 괜찮았는데 회사가 갑자기 망했다. 그 뒤로 활동을 못했다. 계약도 여전히 묶여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을 갈 수도 없었다. 8년 계약이어서 원래 지금쯤 풀리는 시점인데 전 회사 대표님이 고맙게도 좀 일찍 정리해주셨다.
Q. 보컬 트레이너를 하게 된 계기는
A. 활동을 못하니 생활고가 찾아왔다. 한 달 20만~30만원으로 살았다.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어서 학원레슨을 시작했다. 그나마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학원레슨 뿐이었다. 어찌됐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28세 때(2009년도~지난해 2월까지)부터다.
Q. 황치열 인생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무대는
A. 아무래도 데뷔 초 출연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다. 처음 서본 큰 무대였다. 더불어 이번 '불후의 명곡2'에 첫 출연했을 때다. 우승한 순간 보다 더 긴장되고 감회가 새로운 무대였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때 섰던 똑 같은 무대였기 때문이다. 7년 만에 그 무대에 다시 서니 혼이 살짝 나가더라. 울컥했다.
Q. '불후의 명곡' 가족 특집 편에서 노래 '아버지'를 부르고 울었다
A. 리허설부터 끝나고 인터뷰 할 때까지 계속 울었다.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스물 네 살 때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딱 1년만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허락하실 분이 아닌데 하고 싶은대로 하라더라. 너무 신 나서 3일 만에 집을 떠나 두 달 뒤 아버지의 암 소식을 들었다. 내게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던 거다. 수술 받고 나서 알게 됐다. 갔더니 할아버지가 돼 있더라. 어린 시절 아버지 속 많이 썩였다. (가수가 되기 위해)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 수술 회복 기간에도 한 번도 집을 찾지 않았다. 그게 너무 죄송했다. 난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피로도가 굉장히 빨리온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울 형편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단점을 메우려고 연습에만 매진했다.
Q. 아버지는 어떤 아들을 바랐기에
A. 기술자가 되길 원했다. 난 대학에서 기계과를 나와 CNC 선반을 배웠다. 3년 정도 모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작은 자격증도 취득했다. 기술 있으면 최소한 굶지는 않는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Q. 지금은 가수 황치열을 응원해주나
A. 월세 15만원에 통신 요금과 이것저것 소소한 공과금을 내면 4만~5만원으로 한 달을 살았다. 쌀만 있으면 됐다. 즉석 크림스프 1kg 짜리를 사서 밥을 말아먹었다. 김치는 집에서 보내줬다. 그렇게 서울 올라온 지 11개월 만에 첫 계약을 하고 녹음을 했다. 그 모습을 아버지가 묵묵히 바라보고 말 없이 뒤돌아 가셨다.
Q. 힘든 시절, 유혹도 많았을 법한데
A. 신념은 있었다. 난 멀티플레이어가 못된다. 사실 함께 음악하러 온 친구들은 밤에 유흥업소 웨이터 일을 하고서는 낮에 하루종일 자더라. 그 모습을 보니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내가 여기(서울)에 돈을 벌려고 오지 않았다. '차라리 돈 없고 굶더라도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자' 굳게 마음먹었다.
Q.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보컬 스승으로도 알려졌다
A. (그는 손사래를 치며) '스승'은 아니다. 약 4년 전이다. 내가 아는 보컬 프로듀서 누님이 진짜다. 내 처지를 아는 그 누님이 '아르바이트 삼아 한 번 해볼래?' 해서 울림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인피니트까지 하게 됐다.
Q. 인피니트 성규와 우현도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는데 한편으론 그들이 부럽지 않았나
A.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기쁨이 컸다. 객석에서 지켜보거나 카메라 리허설까지만 보고 나는 빠졌었다. '내가 저 무대에 서야 한다'는 생각보다 '진짜 잘 되는 사람은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Q. 어떠한 점에서?
A. 가수가 2~3일 안에 한 노래를 완벽히 습득해 불러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성규와 우현은 아이돌 그룹이다 보니 스케줄이 바빠 시간이 더 촉박했다. 노래하는 사람들은 잠을 잘 못 자면 목이 망가진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인데도 아주 잘하더라. 나라면 못할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이런 저런 무대 해보고 싶다는 상상은 했다. 하하.
Q. 인피니트 멤버로 들어가고 싶진 않았나(농담)
A. 생각 많이 했다. 하하. 힙합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인피니트 들어가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 일단 '불후의 명곡' 무대를 희망 했지만, 그것이 이렇게 현실이 되리라곤 꿈도 못꿨다.
▶ 황치열은 지난 4월 방송된 KBS서유석 편에 출연해 재조명됐다. 5월에 방송된 ‘가족특집(199회)에서는 인순이의 ‘아버지를 불러 최종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유수 기획사가 황치열 영입 경쟁을 폈으나 그는 듀오 '긱스(Geeks)'가 소속된 하우엔터테인먼트와 최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Q. 러브콜이 많았다. 현 소속사와 전속계약 이유는
A. 계약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신중했다. 솔직히 혼자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좋은 분, 마음이 맞는 분과 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걸린 거 아닌가.(웃음) 회사의 규모나 조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 대표 말씀 하시는 게 따뜻하더라. 인간적인 면모에 매료됐다.
Q. 향후 계획은
A. 차츰차츰 준비하는 과정이다. 작곡가 분들과 미팅은 한 번 했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 참 많이 듣는다. 그런데 잠깐 반짝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나. 회사에서 '롱런할 수 있도록 가자. 진짜 정말 좋은 곡으로 신중하게 가자' 말씀하시더라. 전적으로 동의한다. 회사를 믿는다.
Q. 끝으로 한 마디
A. 없어본 놈은 안다. 그 누구보다 팬분들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초심 잃지 않고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나처럼 음지에 있던 가수 분들이 더 많이 올라오셔서 빛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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