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주가치 올리자" 자사주 사고팔기 붐
입력 2015-07-10 15:53  | 수정 2015-07-10 20:31
최근 상장사들이 '주주 달래기'를 명목으로 활발하게 자사주를 사고팔고 있다. 주주권리에 대한 투자자들 인식이 높아지면서 다른 목적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적극 앞세우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들어 자사주를 새로 매입하거나 자사주 취득계약을 체결·연장한다고 밝힌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13개사에 달한다.
모두 규모와 관계 없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된 사유로 내걸고 있다. 이달 자사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상장사들 중에서도 '주주가치 제고'가 주된 목적이라고 밝힌 기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날 코스피 상장사 미원상사는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6억8600만원 규모의 자사주 4000주를 사들인 뒤 소각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소식에 주가는 이틀 동안 16.13%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2분기 호실적도 상승세를 뒷받침했으며, 계열사 미원에스씨까지도 20억1300만원 규모의 자사주 7000주를 취득하며 동참했다.
미원상사 관계자는 "분기마다 자사주를 취득해 동종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것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것 같다"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실적이 뒷받침되고 큰 변수가 없는 한 현재의 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경인양행도 지난 7일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연장한 데 이어 9일에는 최대주주 김흥준 회장의 친인척인 김은주 씨 외 4명이 회사주식 5745주를 장내매수한 배경으로 주주 이익을 꼽았다.
대주주의 사적 이익보다는 다른 주주들을 배려한 조치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인양행 관계자는 "최대주주 특수관계인들의 자사주 매입은 배당으로 받은 금액을 다른 용도로 쓰지 않고 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회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한편 주가를 지탱하려는 의도"라며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도 해지하면 주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고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 있어 연장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통상 주가 악재로 인식되는 자사주 처분까지 그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로 기재하는 상장사가 많아졌다. 보통 주가 흐름이 좋을 때 자사주를 팔아 현금화하면 운영자금 확보, 설비 투자, 임직원 상여금 지급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상장사의 자사주 매각이 때때로 주가 고점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상장사들이 이 같은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주가치를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순당도 전날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한 목적이 기관투자가 참여를 촉진해 주주이익을 향상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는 이튿날 소폭 떨어졌지만, 기업은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로울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최근 주가 흐름이 좋아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유통 주식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주식을 대량 매수하길 희망하던 기관에 50만주를 넘겼으며, 장기적으로 다른 주주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자사주가 20만주로 얼마 남지 않아 당분간 추가 처분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S&T모티브도 지난 7일 105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100억원이 넘는 규모에 이후 3거래일간 주가가 10% 넘게 미끄러졌지만, 회사는 결국 이 결정이 주주가치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S&T모티브 관계자는 "과거 S&T홀딩스가 자사주를 100만주 처분한 적도 있는데, 이는 발행 주식수 1440만주 가운데 580만주가 대주주 지분이라 유통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동종업체 대비 주가 상황이 좋은데 기관투자가 접근이 어렵다는 불만이 연일 접수돼 나머지 매각 가능한 자사주 16만여 주를 공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주가 급락은 그동안 워낙 많이 올랐고 대외악재로 주식시장에서 수출주가 동반 급락한 여파라고 해명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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