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엘리엇의 알박기’ 그리스 사태에도 영향줬다
입력 2015-07-10 14:21 

그리스 사태에 벌처펀드 엘리엇의 탐욕이 일조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엘리엇이 과거 페루·아르헨티나 등에서 일삼았던 ‘국채매입 알박기를 3년 전 그리스에서도 똑같이 했고 이를 통해 적지않은 수익을 맛봤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으로 오랜 기간 벌처펀드를 추적해온 탐사 전문 저널리스트 그렉 팰래스트(Greg Palast)는 그리스는 엘리엇의 탐욕을 증명하는 범죄현장(Crime scene)”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렉 팰래스트가 이렇게까지 엘리엇을 비롯한 벌처펀드를 비난하는 이유는 이렇다.

때는 그리스의 1차 디폴트(국가부도) 선언을 전후한 2010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리스는 디폴트를 면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 IMF 등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그리스 경제는 파산에 직면했고 그리스 국채 가격도 헐값이었다. 이때 엘리엇 설립자 폴 싱어는 몇명의 벌처펀드 투자자들과 시장에서 그리스 국채 매입작업에 나섰다.
이들의 매입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이 휴지종이가 될 것이 뻔한 그리스 국채를 산 이유는 곧 드러났다. 2011년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채권자들은 그리스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채권 금액을 모두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리스 정부와 ‘헤어컷(채무탕감) 논의를 시작했다. 최대 80%까지 탕감해주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급진전했다. 이 때 엘리엇 측에서 반기를 들고 나왔다.
채권 원금 80% 삭감을 받아드릴 수 없다. 나는 채권값을 다 받아내야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다른 채권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 그리스 정부는 엘리엇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엘리엇이 요구하는대로 엘리엇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을 재매입해야만 했다. 엘리엇의 ‘알박기로 시간이 흘러갔고 다른 민간채권자들 역시 마음을 바꾸면서 그리스의 민간보유 채권탕감은 당초 논의보다 대폭 물러선 ‘53% 헤어컷으로 결론났다.
반면 엘리엇은 채권 원금은 물론 표시 금리인 8% 이자까지 받아갔다. 국가 경제를 인질로 헐값에 매입해 한밑천 잡은 후 순식간에 떠난 것이다. 그렉 팰래스트는 엘리엇은 아르헨티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스의 마지막 살점까지 뜯어 갔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가 치뤄야 할 대가는 가혹했다. 구제금융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 등에 먼저 배분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떼어주었다.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 고리의 시작점이었던 셈이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과거 아르헨티나가 엘리엇과의 소송으로 곤욕을 치를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권으로 법원집행을 막았다”며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엘리엇이 전세계 금융시스템의 안전과 디폴트 국가들의 회생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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