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출 여중생이 자신을 보살펴주던 노숙인 사무실에서 전세금을 훔쳐 옷과 귀금속을 사며 열흘만에 1000만원을 써버리는 등 철없는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10일 절도 혐의로 A양(16)을 불구속 입건하고 부모에게 인계해 피해금액을 변제하도록 했다. A양은 두달 전 가출해 부산역 주변을 전전해오며 노숙생활을 해왔다. A양은 처음 나이를 22세로 속였다가 뒤늦게 미성년자인 사실이 알려졌다.
부산역에서 실직 노숙인 조합을 운영하는 B씨(46)는 A양이 노숙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지난달 24일 조합 사무실로 불러 저녁을 사먹이는 등 하루 숙식을 제공했다.
그런 뒤 B씨는 다음 날 볼 일이 있어 사무실을 비웠는데 돌아와보니 종이상자에 꽁꽁 싸매둔 현금 144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 돈은 B씨가 전세방을 얻으려고 모아둔 전 재산이었다.
A양은 생전 처음 만져보는 거액을 손에 쥐자 시내 백화점에서 유명 브랜드 의류를 거침없이 샀다. 50만원 상당의 고급 지갑과 평소 즐겨탔던 스케이드 보드도 200만원에 구입했다. 금은방에서 금목걸이 3개, 귀걸이, 반지 등 300만원 어치의 귀금속도 사 온몸을 화려하게 치장했다. 검은 머리카락도 노란색으로 염색하는 등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A양은 열흘 만에 훔친 1400여만원 중 1000만원가량을 써버렸다.
A양은 자신이 머물던 부산역의 한 찜질방 부근을 배회하다가 이를 본 B씨의 신고로 지난 4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훔친 돈으로 평소 사고 싶은 것을 전부 사고 죄의식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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