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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보영 “소녀 역할만 맡는다고요? 아직까진 괜찮아요”
입력 2015-07-10 09:12  | 수정 2015-07-10 09:2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오주영 기자]
만 25세, 그런데 교복을 입어도 위화감이 없다. 그만큼 앳되고 연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에선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막바지에 보여준 반전 매력은 우리가 지금껏 알던 박보영을 재해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을 배경으로, 외부와 단절된 한 기숙학교에서 소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이야기를 미스터리하게 담은 작품이었다. 손익 분기점은 120만, 그러나 누적 관객수는 이에 한참 못 미쳤다. 50만도 못 넘겼으니 명백한 흥행 참패다.
그래도 박보영 입장에서는 얻은 게 많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영화 속 미장센과 비주얼, 좀 더 섬세하게 다듬어진 감정 연기는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을 가져다줬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아, 이건 힘들겠다 싶었어요. 근데 촬영을 하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부족해 보였어요. 주란의 감정들을 다 표현해내기가 너무 힘들었죠. 영화를 보셨다면 알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 격한 표현을 해야 해요. 감독님도 더 새로운 얼굴을 원하셔서 굉장히 애를 먹었죠.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웃음).”
촬영장에서 박보영은 그 누구보다 성실하다. 감독의 지시와 조언을 늘 가슴에 되새긴다. 이해영 감독은 ‘경성학교의 미장센과 디테일 등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소품 위치와 각도 뿐 아니라 소녀들이 입는 교복 카라와 모양, 색상, 리본색 굵기, 신발까지 세세하게 신경썼다.
스스로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 말하는 박보영은 주란이가 하는 행동, 버릇들을 가끔 놓칠 때가 있는데 감독님께서 잘 잡아주셨다. 이런 장면에서는 ‘주란이의 이런 버릇이나 행동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해주시는데, 그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촬영장에서 늘상 막내지만 ‘경성학교 때는 달랐다. 수많은 소녀들에게 ‘선배로 불렸다. 다들 처음이니 눈빛이 굉장히 초롱초롱했어요. 매일 막내였는데 선배라니 좀 어색했지만, 소녀들과 함께 촬영하다 보니 내가 어떻게 해야 촬영이 수월하게 돌아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하는 구나 같은 걸 느꼈죠. 아직 다는 아니고, 정말 요만큼(웃음).”
박보영의 매력은 최근 예능 출연을 통해 ‘빵 터졌다. 3회에 걸쳐 ‘1박 2일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응급실까지 다녀오며 적극적으로 방송에 임했다. 특히 유호진 PD에게 계란을 얻기 위해 아웅다웅하면서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이기도 했다.
박보영은 몸 상태가 굉장히 안 좋았는데 다행히 잘 나왔더라. 차태현 오빠도 있고 하니 적응하는 시간이 훨씬 빨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유호진 PD님은 TV로 볼 때는 굉장히 차가우셨는데 실제론 안 그러시더라. 굉장히 유했다”며 협상도 참 잘 되고 괜찮았다. 다음에 가면 협상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2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안 외모 덕분에 소녀들 틈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박보영.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그 미모가 부럽기도 하지만,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일 수도 있다. 연이은 ‘소녀 역할에 일각에선 이대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아닐지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녀는 아직은 보시는 분들도 제가 성숙한 멜로보다는 이런 역할이 어울린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사회 초년생 역할을 맡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사람들이 안 어울린다고 해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실제 박보영은 지난 3일 첫 방송된 tvN 금토극 ‘오 나의 귀신님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부터, 김슬기에게 빙의된 ‘응큼녀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재미를 살린다. 역대 금토극 첫 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2.8%)까지 기록했으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30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 출연료를 주고서라도 전혀 아깝지 않은 여배우다.
안 해봤던 걸 해보면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는 박보영, 이해영 감독의 말대로 충무로의 ‘천연기념물이라 불릴 만 했다.
사랑스러운 미모와 연기력, 연기에 대한 열정까지 갖춘 그녀에게는 지금껏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아있다. 박보영이라는 배우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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