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 오비맥주, 몽골에 ‘맥주 한류’…보드카 대신 맥주 먹는 新 몽골리아
입력 2015-07-09 12:02 
몽골 하이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 오비맥주]

몽골에서 판매되는 한국 맥주는 수입 맥주 치곤 도수가 높은 편이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러워서 좋아요. 몽골 맥주에 비해 가격대는 높지만 개인적으론 카스 특유의 사이다같은 톡쏘는 쏘는 단맛이 좋아서 종종 친구들과 마십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몽골 식음료·생활 전문 할인판매장(hypermarket)인 오길(ORGIL) 슈퍼마켓에서 아자(33)씨를 만났다. 그는 햄, 냉동 감자튀김 등 가공식품 매대와 주류 판매대 근처를 연신 서성이고 있었다.
아자씨는 몽골은 어린 나이부터 전통주인 아이락(마유주, 馬乳酒)을 건강을 위해 조금씩 마신다”면서 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쁘지 않은데다 새로운 주류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맥주를 즐기는 펍(Pub)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몽골에서는 현재 ‘맥주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999년 오비맥주가 몽골에 진출한지 16년만이다. 오비맥주는 ‘맥주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몽골에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로 처음 카스를 수출하면서 몽골에 맥주 시장을 열었다. 몽골의 인구는 약 300만명. 수도인 울란바토르에만 평균 150만명이 거주해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시내에만 100개가 넘는 한국 식당이 성행하고 있고 주로 김치찌개와 삼겹살 등을 맥주와 곁들여 팔고 있다. TV에서는 최근 종영한 국내 드라마가 방송된다.
몽골은 높은 일교차와 짧은 여름철, 쌀쌀한 날씨 탓에 주로 보드카나 위스키 등 몸을 녹일 수 있는 높은 도수의 주류를 소비해 왔다. 오비맥주는 몽골의 현지 카스 유통회사인 ‘카스타운을 통해 척박한 몽골 맥주 시장에 카스 후레쉬와 카스 레드 등으로 수출 활로를 넓혔다. 카스레드 도수는 6.9도로 카스후레쉬(4.5도)보다 높아 고도주를 즐기는 몽골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 중반까진 카스 레드의 중국산 위조 제품이 몽골 현지에서 유통됐을 정도다. 카스 생맥주를 수출했다가 가게에서 카스보다 30% 저렴한 몽골 로컬 맥주를 카스 생맥주잔에 담아 파는 것을 적발해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카스의 연간 몽골 판매량은 50만상자(500㎖×20개)다.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산 맥주를 제외하면 자체 브랜드로 몽골에 유입되는 수입 맥주로는 판매량이 가장 많다. 몽골 맥주시장 규모는 지난해 780만상자(78만HL)다.
초기 몽골 맥주 시장에서 카스는 전체 맥주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 카스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5.6%다. 카스가 몽골에 진출한 이후 독일과 러시아 등 맥주 종주국도 속속 몽골 맥주 시장의 문을 두드려 경쟁은 격화된 반면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 급등, 수입 관세 등의 영향으로 수입 환경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울란바토르 블루스카이 호텔에서 열린 ‘카스의 밤 행사에 참석한 잉크바트 카스타운 사장은 카스가 몽골에 처음 진출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몽골엔 맥주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카스가 유일한 맥주였다”면서 카스 진출로 이후 몽골에 맥주 시장이 형성되면서 생그로(Sengur), 보리고(Borgio) 등 저가의 몽골 로컬맥주가 생겨났고 수입맥주에 25%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초기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독점에서 경쟁으로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점유율도 변화했지만 앞으로는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몽골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회복세에 들어서면 몽골에서 카스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긍정적이기 때문에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카스는 이를 위해 영하 40도의 날씨에도 맥주를 얼지 않고 운송하는 ‘보온 운송 방법을 개발하고 몽골의 행정단위인 솜(郡)까지 유통이 가능하도록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 몽고의 도로 인프라는 열악해 로컬맥주를 제외하고 수입 맥주 중 솜까지 유통망을 확대한 수입 맥주 브랜드는 없다.
이윤세 카스타운 이사는 카스는 몽골 진출 초기부터 현지 교민이 아닌 현지인을 직접 공략하고 시음 행사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했다”면서 또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과 몽골 내 태권도 후원 등 사회공헌활동을 병행한 마케팅 정책을 펼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 판매에 지속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베잉흐바야르 두헤컴퍼니 주류 도매사 사장도 카스는 몽골에서 태권도 후원과 조림 사업 등으로 ‘착한 기업으로 통한다”면서 맥주 시장의 경쟁 격화와 소비 침체, 환율 상승 등으로 전반적인 여건은 좋지 않지만 맥주 시장 저변 확대와 더불어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도훈 오비맥주 사장은 향후 카스를 몽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지속적으로 각인시켜 아시아 톱 10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카스레몬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적으로 수출하고 제품 패키지 리뉴얼, 병 제품을 수출하는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카스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과 더불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카스에 대한 인지도 향상을 위한 스포츠 후원과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오비맥주는 1994년 11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남미의 파라과이, 칠레, 아프리카 지역의 가나, 남아공,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 이르기까지 현재 약 30여개국에 약 30개 맥주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다”며 중앙아시아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몽골 울란바토르 =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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