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렉시트’ 벌어지면 이런 세상 온다
입력 2015-07-06 16:23 

5일 실시된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이 국제 채권단 협상안을 거부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투표가 유로존 탈퇴 여부를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투표결과에 따라 당장 그렉시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그리스를 아슬아슬하게 유로존에 붙잡아 두고 있기 때문에 ECB의 지원이 중단되면 은행 연쇄 부도가 발생해 결국 그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독자통화인 드라크마를 도입하게 될 경우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등 그리스 경제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또한 유로존 역시 그렉시트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생기면서 다른 국가들이 연쇄 탈퇴할 수 있어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먼저 그리스가 독자통화인 드라크마를 도입하면 현재 통화인 유로화 대비해 통화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최대 50%까지 통화 가치가 평가 절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마켓 모굴 등 일부 외신들은 유로/드라크마 환율이 드라크마 당 0.001 유로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자본통제로 동결된 그리스 은행의 유로화 예금이 전부 드라크마화로 바뀌면서 그리스 국민들의 자산가치도 크게 떨어지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리스의 큰 폭의 물가상승도 예상된다. 그리스는 생필품, 에너지 등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드라크마가 도입되면 수입물가가 폭등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경우 물가상승률이 35%에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진 은행을 살리기 위해 그리스 정부는 새로운 드라크마화를 대량으로 찍어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그리스의 채무도 드라크마화가 도입될 경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가 대부분 유로화로 되어있는데 그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이를 가치가 낮은 드라크마로 갚아야한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유로화를 사용할 때보다 채무 부담이 막대하게 늘어나게 된다.
그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유로존은 정치적인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유로화를 받아들이면 기존 통화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유럽연합(EU)의 원칙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존 및 EU 탈퇴를 주장하는 정치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게된다. 일단 한번 그렉시트라는 전례가 생기면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도 언제든지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다.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이탈할 경우 통화동맹인 유로존은 붕괴하게된다. 이는 유로존의 근간인 유럽연합(EU)의 실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렉시트가 긴 경기침체에 빠진 그리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드라크마 가치가 낮아지면 그리스의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에 큰 호재가 된다. 또한 농산물 수출등도 늘어날 수 있다. 유로화를 사용할 때보다 경제가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물론 그렉시트가 결정된다고 당장 새 통화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함께 비용이 든다. 리처드 포츠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역사적 전례를 비춰봐도 통화 변경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경우 신속하게 전환할 역량이 있는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드라크마를 새로 만들어 그리스 내에 유통시키려면 약 4억3000만달러(약 48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이 화폐가 완전히 유통되려면 최소 6개월이상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그렉시트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최대 2.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발표한 ‘그랙시트의 위기와 영향보고서에서 그렉시트가 현실화되고 1년 이상 여파가 지속될 시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최대 1.7~2.7%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물론 지난 4년 간의 그리스 구제금융기간 동안 트로이카(EU/ECB/IMF)가 유럽 민간은행들의 그리스에 대한 채권을 흡수했기에 국제금융시장 교란정도는 1차 그리스 금융위기 때보다 작다는 견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과거의 데이터는 그렉시트발 금융혼란이 우리경제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잠재적 파급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이덕주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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