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부업도 대출 안 되는 서민들…‘불법 사금융 시장 커진다’
입력 2015-07-06 10:12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임 모씨(40)는 지난해 7월 길거리에 뿌려진 ‘급전대출 명함광고에 나온 휴대폰 번호로 전화해 사채업자 김 모씨를 만났다. 임씨는 사채업자 김씨에게 100만원을 빌리면서 선이자 30만원, 수수료 5만원을 제외한 65만원을 받았고 10일 후 100만원을 다시 상환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5개월 이상 지속했다. 임씨가 사채업자 김씨에게 지급한 이자는 연이율로 환산하면 1965%이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씨(30)는 운영자금이 부족해 전단지를 보고 고금리 일수를 이용하게 됐다. 사채업자 송 모씨로부터 500만원을 빌렸는데 수수료 30만원을 공제하고 65일간 1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연이율 381%)이었다. 매출이 더 떨어지자 이씨는 일수금 상환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남은 원금에 추가 대출을 더하는 방식의 일명 ‘꺾기대출을 반복했고 더 이상 상환할 수 없을 정도로 원금이 불어났다. 이씨가 빚을 못 갚자 사채업자 송씨는 수시로 전화로 욕설과 협박을 했다. 이씨는 더 이상 가게운영을 하지 못하고 현재 식당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 합법적인 대출 영업을 하고 있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승인율이 대부업 최고 이자율 인하 등의 영향으로 떨어지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6일 나이스평가정보 등에 따르면 최고 이자율 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진 대부업체들이 서민 등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실제 80여개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2005년 70.3%에서 지난해 23.9%(2015년 2월 현재 22.0%)로 꼬꾸라졌다. 과거 저신용자 10명 중 7명에게 대출을 해줬다면 이제는 2명꼴로 대출을 해주는 셈이다.

통상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대손율이 높아 고율의 금리로 이것을 상쇄해 왔는데 받을 수 있는 최고 이자율이 낮아지자 대부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결과다. 이 기간 대부업 이자율은 연 66%에서 34.9%로 줄 곧 내리막이다. 정부는 최근 연 29.9%로 대부업 최고 이자율은 낮추는 것을 골자로 대부업법을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날 한국대부금융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불법 사금융 이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026명 중 0.82%인 41명이 ‘최근 불법 사금융을 이용 후 완제했거나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불법 사금융 평균 이용금액은 3209만원, 평균 이자는 연 114.6%였다.
대부협회가 이 같은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를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통계청 5월말 기준 3984만명)로 환산한 결과, 약 33만명이 10조5000억원 규모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불법 사금융 시장은 최고 이자율 규제와 함께 성장세다. 2010년 1만4014개였던 등록 대부업체는 지난해 3월말 현재 8777개로 감소했다. 업계에선 폐업한 대부업체 상당수가 지하로 숨어들어가 연 100%가 넘는 불법 고금리 영업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불법 사채 시장이 커지면서 이 시장의 규모가 8조원에 달하고 그 이용자가 93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다. 140만명이 이 시장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금융시장의 초과 수요가 불법 사금융 시장의 생성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초과 수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단행된 최고 이자율 인하 정책 등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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