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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파스카’, 죽음에서 비롯된 구원 그리고 희망
입력 2015-07-06 09:07 
[MBN스타 최윤나 기자] 40대 여자와 10대 남자의 사이라면 보통 모자(母子) 지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파스카 속 남녀주인공은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가을(김소희 분)과 요셉(성호준 분)이 함께 키우던 고양이 ‘희망이가 죽는다. 정말 가난하지만 희망이를 위해서라면 병원비를 10개월 할부로 결제할 정도로 두 사람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죽음은 너무나도 당황스럽다. 바로 죽음을 받아드릴 수 없었던 가을과 요셉은 모텔로 향하고, 죽은 희망이를 끌어안은 채 함께 슬픔을 나눈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 했던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생기고, 그 사실을 두 사람의 집안이 알게 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돼간다. 사랑이라는 힘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고 했던 두 사람의 노력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무너진다. 부모에게 허락을 받으러 고향으로 떠난 요셉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고, 홀로 그를 기다리던 가을은 엄마의 손을 잡고 낙태를 위해 병원으로 향한다.

그렇게 가을은 희망이 이후 두 번째 죽음을 맞닥트린다. 이마저도 받아드리기 힘든 그는 시술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간호사에게 죽은 아이의 사체를 돌려달라고 말한다.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이는 망가졌지만, 가을은 이 아이를 홀로 묻는다. 이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요셉과 함께 그동안 차마 묻을 수 없었던 희망이를 죽은 아이 옆에 안치한다. 그렇게 비로서야 모든 죽음을 받아드릴 수 있던 두 사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함께 힘차게 앞을 향해 걸어간다.

‘파스카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말로, 보통 종교적 의미로는 구원, 부활을 뜻하기도 한다. 또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안선경 감독은 키우던 고양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부터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영화 제목의 의미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견디며 견고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를 통해 무거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줄기 빛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오는 9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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