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베트남 종전 40년…미래를 위해 굳게 손잡는다
입력 2015-07-05 16:07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와 중국의 세력확장 견제라는 현실적 이해관계에 직면한 미국과 베트남이 종전 40주년을 맞아 과거사를 뒤로하고 서로 손을 내밀었다.
백악관은 4일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오는 6~10일 미국을 방문해 7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산당 서기장은 베트남에서 권력서열 1위로 국가주석, 총리와 함께 사실상 정상 역할을 하는 인사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백악관은 이번 만남이 양국 수교 20주년과 미국-베트남 전쟁 종전 4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응웬 푸 쫑 서기장의 회담은 오벌 오피스에서 이뤄진다. 오벌 오피스는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로서 상당히 친숙하거나 예우를 갖추는 경우에만 회담장으로 개방하는 상징적 장소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응웬 푸 쫑 서기장의 회담 의제와 관련해 TPP, 인권, 방위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쫑 서기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동반자의 하나”라며 이번 기회에 신뢰를 더 쌓고 관계개선을 위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총을 겨눴던 과거사의 아픔을 뒤로하고 서로 한걸음 더 다가서는 미국과 베트남은 경제·군사 등의 분야에서 미래를 향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베트남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인 TPP에 참가하는 12개국 중 하나다. 베트남 정부는 TPP 참여를 통해 미국과의 교역을 확대함으로써 30%에 달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한다. 베트남 기업들은 중국보다는 기술이전을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과의 생산협력을 선호하고 있다. 이미 양국 교역량은 2004년 62억 달러에서 지난 해 377억 달러로 10년간 6배 이상 늘었다. 지난 해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3억1000만 달러로 베트남 외국인 직접투자(FDI) 중 10위로 올라섰다. 2014년 베트남의 미국 수출은 320억 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은 또 중국과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베트남이 강력 반발하면서 최근 해상에서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베트남으로서는 중국의 세력 확산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미국은 중국의 외교·군사적 확산을 견제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는 데 베트남의 지원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번 회동이 백악관의 초청으로 성사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은 지난 해 10월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금수조치를 일부 해제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이번 백악관 회동에 앞서 최근 양국의 고위급 교류가 부쩍 잦았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2012년 7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켰다. 또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지난 해 7월 미국을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어 지난 해 8월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가 미얀마에서 열린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지난 6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방위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일에는 베트남을 찾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응웬 푸 쫑 서기장을 만났다. 이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2000년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첫 베트남 방문이었다.
양국의 활발한 교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살포한 고엽제로 인한 수백만명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 그리고 베트남 전역에 남아있는 수십만 t 불발탄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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