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합병 국민연금 손에…17일 주총서 치열한 표대결 예상
입력 2015-07-03 22:09  | 수정 2015-07-03 23:56
IS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를 권고함에 따라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해 삼성그룹을 제외하고는 최대주주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합병과 관련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미국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자문을 받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 찬반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자문업체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보통 해외주식에 투자할 경우에만 ISS의 자문을 받지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서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자문을 모두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달 26일 열린 SK 주총에서 이들 의결권 자문업체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찬성 권고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다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에서도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권고와 반대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설사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삼성물산이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 2일 세계 2위 의결권자문업체인 글래스루이스가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3일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업체인 ISS마저 반대 의견서를 발송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17일로 예정된 합병 주총에서 표 대결 결과가 예상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지분 13.99%를, 삼성측 우호세력인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여 5.99%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KCC가 사들인 자사주(5.76%)에 대해 엘리엇은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17일 이전에 가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지분은 3%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측에 우호적인 지분은 23% 수준이다.
반면 엘리엇의 경우 7.12%, 엘리엇과 친분이 있는 미국 헤지펀드인 메이슨캐피털 2.2% 등 9.3%가 합병에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ISS 권고에 따라 얼마나 많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외국계 지분은 33.97%이다.
외국인 주주는 오는 7일까지 한국예탁결제원에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주말을 제외하면 의결권자문업체가 내놓은 논리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은 6일과 7일 이틀 뿐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적지않은 외국인 주주들은 자문업체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한 해외연기금 관계자는 "우리는 ISS의 자문을 받지만 블랙록처럼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자문 서비스를 동시에 받는 기관투자가들은 두 자문업체가 똑같이 반대 의견을 밝힌 만큼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개별 기업의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자문업체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만일 상당수 외국인들이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반대표를 던질 경우 합병안의 향방은 불투명해진다. 합병이 주총에서 의결되기 위해선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와 총 주주의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확보해야 가능하다.
물론 의결권자문업체의 권고와 다르게 주주총회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피아트 주주들이 합병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합병이 주주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견해였다. 그러나 주총 참석자 80% 남짓이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져 양사 합병이 승인됐다.
2013년 메트로PCS와 T모바일 USA의 합병에서도 ISS의 입장은 합병 반대였으나 주총 결과는 합병 승인을 포함해 10여 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2012년 클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합병을 앞두고도 ISS는 "장점이 매우 미미하며 시너지가 의문스럽다"는 견해를 냈지만 합병안 찬성률은 무려 99.4%나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물산의 과제는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안에 찬성할 만한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환진 기자 /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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