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상품은 물론 보험 상품을 한 공간에서 살수 있는 복합금융점포가 내달부터 선보인다. 지금까지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에 한해 허용됐다.
하지만 40만명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일자리 위협과 불완전판매 우려를 내세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전업계 보험사들의 반발이 일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3일 기존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보험사 지점이 입점하는 방식으로 개별 금융지주회사당 3개 이내의 복합점포를 8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시범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인 복합점포는 은행 지점과 증권사 지점이 맞닿아있는 금융프라자 형태였다. 금융위가 지난해 10월 은행 지점과 증권 지점이 출입문과 상담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칸막이 제거 형태 복합점포 도입을 허용했다. 은행과 증권에 한정됐던 복합점포에 보험이 가세한 것이다.
복합점포의 은행·증권·보험사 공동 마케팅과 고객동의에 따른 고객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는 종합금융서비스 제공과 소비자 선택권 제고라는 복합점포 규제완화의 취지를 감안해 은행과 보험만의 복합점포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과 증권 구역에서 보험사 직원들이 보험상품을 모집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금융위는 시범운영을 거쳐 이 제도의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복합점포에 반대하는 전업계 보험사와 찬성 입장인 은행계 보험사 모두 금융위가 이도저도 아닌 ‘미지근한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복합점포 도입을 주장해온 신한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 등 종합금융그룹마저 제한적 복합점포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은행계 금융지주사 계열 보험사 관계자는 당초 최소 10개가 넘는 복합점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는데 점포 3개로는 당초 정책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금융당국이 전업계 보험사 눈치를 너무 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전업계 보험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 나왔다”며 여전히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업계 보험사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사석에서 (보험 복합점포를 일단 허용해) 둑에 구멍을 내면 시간이 흘러 넘어지게 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것으로 들었다”며 복합점포 탄생 여파로 4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이 직업을 잃고 불완전 판매 비율도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의 발표를 하루 앞둔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원천 봉쇄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전업계 보험사들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방카슈랑스 25%룰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설계사 채널을 거치면 방카슈랑스 룰을 적용받지 않는 규정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서 친분이 있는 설계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편법 판매가 빈번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복합점포 직원이 내방 고객에게 해당 보험사 소속 별도 설계사를 소개한 후 점포 외부에서 상품판매를 알선하는 이른바 ‘방카규제 우회 행태를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당장 복합점포가 문을 열어도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은행계 보험사 대표는 시장에서 오가는 복합점포에 대한 얘기는 왜곡된 것이 많다”며 막상 뚜껑을 열어도 단기간 시장 트렌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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