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 쇼핑하는 중국계 ‘큰손’…닥치는대로
입력 2015-07-03 09:10  | 수정 2015-07-03 17:54

중국 자본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이 속속 새 주인을 맞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본토 자본의 국내 주식보유 금액은 지난 5월 말 10조49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50억원 증가했다. 홍콩계 자본의 경우 지난해 5월 말 5조4290억원에서 지난달 말 6조6630억원으로 급증했다.
중국 자본이 한국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는 익숙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자본이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기업인수에도 열을 내고 있다.
동양생명은 1조1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중국 ‘안방(安邦)보험의 손에 들어갔고 대만계 푸방생명보험이 현대라이프생명과 손을 잡았다. 또 지난 12월에는 중국 랑시그룹이 아가방앤컴퍼니의 지분 15.26%를 320억원에 사들여 사실상 중국 기업이 됐다.
‘중국계 새 주인을 맞는 상장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이 이를 호재로 인식해 주가가 대폭 뛰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 룽투코리아, 이너스텍, 피델릭스 등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국 기업에 인수합병된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가 이전에 비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교육업체 룽투코리아(前 아이넷스쿨)는 지난 2월 중국 룽투게임즈에 인수됐다. 룽투코리아는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16거래일 동안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상한가를 쳤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로코조이 홍콩홀딩스 리미티드(이하 로코조이)가 네트워크 기기 전문회사인 이너스텍의 지분 약 33%를 인수했다. 이너스텍은 이 소식이 전해지자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했다.
메모리 반도체 전문업체인 피델릭스도 중국 반도체업체인 동심반도체유한공사의 손에 들어갔다. 지난 4월 동심반도체유한공사는 피델릭스의 42억320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520만374주(지분율 25.3%)를 보유하게 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피델릭스는 5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보였다.

레드로버는 지난달 16일 쑤닝유니버셜그룹으로 주인이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주에만 주가가 60% 넘게 올랐다. 제주반도체 역시 영개투자유한공사로 최대주주가 변경된다는 공시를 낸 지난 12일 하루에만 12.58% 상승했다.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16일에는 단숨에 가격제한폭(29.93%)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룽투코리아는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가가 7배 넘게 올랐고, 이너스텍은 351% 상승했다. 또 피델릭스, 레드로버, 제주반도체 등은 인수 시점 대비 244%, 149%, 137% 급등했다.
◆ 중국자본 유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
중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기업의 신뢰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해야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국 자본의 유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중국자본이 들어와 상장을 했다가 빠지는 경우가 많아 아직까지도 중국자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코스닥뿐만 아니라 나스닥으로 바로 상장하는 글로벌 우량 기업도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적대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다”고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다만 해당 자본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직 중국 증시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악재가 발생하면 국내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박상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우회상장을 목적으로 하는 중국 자본 유입은 옛말”이라면서 중국 자본이 국내기업에 들어오는 사례를 보면 특화된 컨텐츠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종목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중국 자금 유입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둘 사이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계속해서 들어오는 중국 자본을 제어하기보다는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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