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대차 10조땅 개발 발목잡는 `250억 변전소`
입력 2015-07-01 17:56  | 수정 2015-07-01 20:29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운을 걸고 추진 중인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용지 신사옥(GBC) 프로젝트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차질을 빚게 될 조짐이다.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공기여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워온 강남구가 프로젝트 진행에 필수적인 한전 용지 내 변전소 이전 계획안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미숙한 행정과 강남구의 강경한 대응으로 땅값만 10조5500억원이 들어간 초대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는 염려다.
1일 서울시·강남구 등에 따르면 강남구는 지난달 30일 현대차가 제출한 한전 용지 내 삼성변전소 증축계획안을 반려하고 서울시에도 이를 통보했다.
이 프로젝트에 정통한 관계자는 "신사옥 착공 전에 현재 별관동 지하에 있는 변전소를 개발용지 남동쪽 가장자리로 이전하는 건축계획안을 제출했지만 강남구가 불허했다"며 "변전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신사옥 착공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전 별관동 지하에 위치한 삼성변전소는 3924㎡ 규모로 삼성동 일대 6035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설비가 복잡하고 안전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이전에 1년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신사옥 착공 전에 변전소를 먼저 이전하려 했지만 인허권을 쥔 강남구 반대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한전 용지 세부 개발계획이 정해지기 전에 현대차가 신청한 변전소 증축안은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구가 내세운 표면적인 불허 이유는 지구단위계획과 건축법상 규정이다. 변전소 이전 과정에서 연면적이 3924㎡에서 5999㎡로 2075㎡ 증가해 증축이 아니라 신축에 해당하는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법 시행령 제8조 등에 따르면 면적이 10만㎡가 넘으면 서울시 허가 사항이지만 이 변전소는 10만㎡에 못 미쳐 인허가권을 강남구가 쥐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를 확대해 현대차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송파구 소재 잠실운동장 개발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한전 용지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가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강남구를 배제하는 등 갑질 행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한전 용지 공공기여금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인근 서울무역전시장(SETEC) 내에 설치된 SBA 컨벤션센터를 제2시민청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 계획도 강남구 반발로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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