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유승민 원내대표가 가야할 길은?
입력 2015-06-30 17:51  | 수정 2015-06-30 18:09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잠시 소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자진 사퇴하라는 친박계의 압박도, 사퇴하면 안된다는 비박계의 저항도 오늘은 조용합니다.

최종 결심은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가 고독하게 내려야 하는 것인만큼,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지켜보자는 겁니다.

유 원내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늘 아침 유승민 원내대표의 얼굴 표정은 좀 피곤해보이긴 해도 어제보다 밝았습니다.


어제 오늘 아침 출근길 표정입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어제)
- "(사퇴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들었는데?) 오늘 말씀 잘 들었고,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겠다는 건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건가요?) 그 말만 했습니다. 네. 그만 합시다. 더 이상 드릴 말씀 없습니다. 제가 오늘 최고위원님들 말씀을 잘 들었고, 제가 경청을 했고, 제가 생각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린 그게 전부입니다. (생각해보겠다는 그 시점은 언제까지인지?) 그런 말씀 안 드렸습니다. 그만하시죠. 그만."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늘 아침)
- "(잘 주무셨어요) 네. (밤 사이 심경 변화는 없었죠) 네, 없습니다. (청와대와 통화 하셨어요?) 통화 안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인….) 지금 차가 와서…. 나중에 합시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하룻밤 사이에 생각을 바꿨을까요?

유승민 원내대표의 최종 결심은 다음달 6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다음달 6일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재의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가 유승민 원내대표의 공식 사퇴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겁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입장하겠지만,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실상 개정안을 폐기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본인이 합의한 개정안이 폐기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형식을 취하겠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원내대표 (오늘 원내대책회의 후)
- "재의에 참여한다는 게, 그런 뜻이죠. 표결까지 참여한다는 뜻이 아니고.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거취문제 관련 의원총회 안 여는 게 대다수 의견이라던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민은 해보셨나?) 드릴 말씀 없습니다. (사퇴 기정사실화 의견이 많은데?) 드릴 말씀 없습니다. "

하지만, 이런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한 모임 축사를 통해 "10년 전 야당 시절 추운 날 거리에서 사학법 장외 투쟁을 하면서 명동에서 열심히 전단 돌리던 생각이 난다. 나라를 지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 원내대표는 왜 박근혜 대표와 함께 사학법 반대 투쟁을 했던 때가 떠올랐을까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10년 전 야당 시절 추운 날 거리에서 사학법 반대 투쟁을 하던 때와 흡사하다는 뜻일까요?

그 말은 달리 말하면, 그런 혹한 시기 굳건히 투쟁했듯이, 지금 이 혹한의 상황 역시 굳은 마음을 갖고 돌파하겠다는 뜻일까요?

유승민 원내대표의 주변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건 '그만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합니다.

어제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엄밀히 말해 대통령이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입니다.

야당은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 오치성 장관 해임안을 부결시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김성곤 의원의 콧수염을 뽑은 일을 거론하고는 합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유승민 원내대표의 골털을 뽑으려는 걸까요?

사람들의 의견은 이 부분에서 엇갈립니다.

대통령이 하는 일마다 발목잡기를 하는 유승민 원대표를 사퇴시키는게 합목적적으로 옳다하는 반면, 권위주의적 월권 행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머릿속에서 이런 현실과 명분의 갈등 싸움을 벌이고 있을 겁니다.

옳은 길을 가야 한다는 명분, 대통령을 이길 수는 없는 현실 사이에서 유 원내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가 아닌 사람들은 제3자입니다.

그들의 입장은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는게 자신에게 유리한지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입장이 바뀐 것도 이런 이유일까요?

지난 25일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도 의총 결과에서 재신임으로 나오자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박 대통령의 진노 소식이 전해지자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순 없지 않냐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의총에서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위한 의총은 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오늘 출근길)
-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세력 대결이나 정면충돌 이런 걸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유승민 원내대표 명예퇴진 시기가 늦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런 해석은 틀린 거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우리나라 중요한 정치지도자 중에 한 분인데 본인의 생각과 고민, 결단할 기회도 줘야 합니다. (시간은 언제까지로 예상?)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오늘 통일경제교실 후)
-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관련된 의원총회는 안 하는 것이 옳다는 게 다수의 의견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아직 박 대통령을 상대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켜줄 힘이 없다고 판단했을까요?

그동안 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주장했던 서청원, 김태호 최고위원 역시 지금은 수평적 당청관계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더따라야 한다는 쪽인거 같습니다.

오늘 한겨레 신문은 '박 대통령 비정상의 정상화 일상화'라는 제목에서 정상화 부분을 흐릿하게 표현했습니다.

결국 비정상의 일상화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죠.

유승민 원내대표는 문제는 비정상의 정상화일까요? 아니면 비정상의 일상화일까요?

유 원내대표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정치인 유승민의 가야할 길은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귀결될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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