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퇴론 불구 의연한 유승민…원내활동 계속 수행
입력 2015-06-30 16:23 

친박(박근혜)계의 사퇴압박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일상적인 원내사령탑 역할을 계속 수행했다. 유 원내대표의 ‘의연 행보로 초조해지는 쪽은 오히려 청와대와 친박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평소처럼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발언 주제도 제2연평해전 전사자 관련 법령 정비, 추가경정예산, 국회 운영 방안 등 원내 현안이 주를 이뤘다. 특히 그는내일 추경관련 당정을 열어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검토한 후 국회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여당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인 당정협의 주재권도 정상적으로 수행할 뜻을 밝혔다.
‘과잉충성이라는 혹평까지 받는 친박계의 사퇴 공세가 무색할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비박계 의원은 섣부른 움직임은 오히려 상대에게 틈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리얼미터 조사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 반대(45.8%)가 찬성(31.5%)보다 높게 나오는 등 우호적 여론이 조성돼 있는 것도 유 원내대표가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유 원내대표가 계속 ‘마이웨이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당내 세력 분포상 비박계가 다수를 점유하고 있지만 ‘표대결을 펼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결국 후일을 도모할 ‘명예로운 퇴진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본인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단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방식과 시기만 남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 측은 유 원내대표는 본인의 명예가 아닌 정치구조 차원에서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순히 향후 정치적 재기를 염두한 결정이 아닌 행정·입법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유 원내대표의 소신이 잘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단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문제를 마무리지은 뒤 유 원내대표가 결단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개정안이 부결되면 유 원내대표로서는 ‘결자해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최소한의 명분은 얻을 수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또 이날 각종 보류된 법안들도 함께 처리함으로써 ‘유능한 원내사령탑이란 명예를 회복하고 의원총회나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의 변을 밝힐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 거취가 하루 빨리 정리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예상외로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길어지면서 내심 당혹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내 문제”라고 표현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특히 유 원내대표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 외에 마땅한 다음 카드가 없다는 것이 친박계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사퇴론을 주도했던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날 (유 원내대표가)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서 생각을 많이 하실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실상 6일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임을 시사했다.
다만 결론이 어떻게 나든 유 원내대표가 이번 거부권 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을 상대로 ‘소신정치를 펼치면서 당내 비박계는 물론 야권에서도 지지를 받으며 ‘대권 잠룡의 반열에 올랐다. 다만 그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이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막강한 지역이라는 점은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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