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국보다 잘 살던 푸에르토 리코 “돈없다…배째라”
입력 2015-06-30 15:20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부채는 해결 불가능하다. 부채상환연기가 불가피하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카리브해의 미국 자치령주인 푸에르토 리코의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가 TV카메라 앞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푸에르토 리코는 현재 720억달러(한화 80조원)에 이르는 공룡부채를 짊어지고 있는데 내달 속속 돌아오는 공기업 부채를 갚을 길이 없어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다는 것이다.
푸에르토 리코는 엄밀하게 말해서 자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할 수 없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 리코는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인 1952년 미국 자치령 주로 편입됐다. 연방으로부터 독립된 푸에르토 리코 같은 자치령은 파산선언할 자격이 없고 미국 정부와 부채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미국 정부는 자금지원 의지나 계획이 없다.
파디야 주지사가 먼저 ‘백기를 든 것도 더이상 돈 빌릴 곳도 없으니 배째라”는 미국 정부를 향한 으름장이다.
그는 720억달러의 공룡부채를 가르켜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라고 표현했다. 국제채권과과 채무협상을 벌이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TV연설을 통해 국제채권단의 ‘긴축재정요구를 ‘천천히 죽이는 것(Slow Death)라 표현한 것과 꼭 같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푸에르토 리코 부채 대부분은 공기업 등 정부 빚이다. 푸에르토리코 공기업 회사채 발행 규모는 250억달러에 이른다. 나머지 빚들은 공무원월급, 의료비 등을 감당하다 수십년간 쌓인 빚이다. 당장 주정부 산하 공공금융공사와 정부개발행이 다음달 15일과 8월1일에 각각 9400만달러, 1억4000만달러를 상환해야 하는 데 갚을 길이 없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29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로 강등했다. 더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주정부 현금이 이르면 7월에 바닥날 것”이라며 공무원 (강제 무급) 휴가 등 비상조치가 실시되면서 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에르토 리코는 지난 196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의 용보다 훨씬 잘 사는 국가였다.
그러나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달러 수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州)로 분류되는 미시시피 주의 절반에 가깝다.
지난 2006년 법인세 혜택이 끝난후 썰물처럼 기업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세혜택이 없어져 기업인센티브가 사라졌는데도 푸에리토 리코의 최저임금은 과거 잘나가던 시절 수준에서 꼼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탈출한 것이다.
특히 그리스처럼 푸에르토 리코의 ‘복지병은 경제를 좀 먹는 결정타가 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제공되는 연방정부의 지원금 액수가 푸에르토리코의 소득 기준으로는 매우 높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직장 다니면서 월급을 받기보다는 아예 ‘빈곤층으로 보조금을 받는 것을 선호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푸에르토리코 주민 중 절반 가까이 빈곤층 보조금을 받고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지원금액이 평균 개인소득의 20%를 차지했을 정도다. 파디야 주지사는 이날 연설서 푸에르토 리코가 디폴트 나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며 치프라스 총리처럼 으름장을 놨다. 치프라스와 맞서고 있는 유럽채권국 처럼 미국 입장도 강경하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나 워싱턴D.C.의 연방기관 내 그 어느 누구도 구제금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용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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