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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안치환, 세상은...삶은...음악은 진심이어야 한다
입력 2015-06-30 14:53  | 수정 2015-06-30 14:56
사진=MBN스타 정일구 기자
[MBN스타 유명준 기자] 인터뷰어(interviewer) 입장에서 인터뷰이(interviewee)를 대하는 마음은 다양하다. 영화 등 작품이나 음악만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는 홍보성 인터뷰의 경우에는 기사 쓸 내용 몇 마디 나누고 끝나기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인생에 대한 ‘대화로 이어진다. 주거나 받거나 하는 대화가 이어지면서, 기사를 쓰기 위한 인터뷰라는 형식이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서울 연희동 참꽃스튜디오에서 만난 안치환(51)이 그랬다. 지난해 직장암 판정 후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안치환은 암 치료 과정과 새 정규앨범 11집 ‘50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음악과 가수로 주제가 확산됐다. 노래하는 사람의 자세를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라며 답답해하기도 하며,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직장암이 후유증이 고약해요. 특히 화장실 문제를 적응하는데 문제가 많은데, 이게 한 2년 걸린다고 해요. 암은 치료가 끝난 후 5년은 봐야 한다니까 아직 완치는 아니죠. 암이라는 것이 자기나 가족이 투병하는 것을 못 보면 현실감이 없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이건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이기 때문에 모든 게 다르게 보이죠.”

암 치료 과정의 고통과 현재 적응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치고는 의외로 안지환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약간 수척해졌다는 느낌 이외에는 과거 무대에 섰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작년에 몸무게가 53키로까지 빠졌어요. 치료 다 끝나고 정상 체중까지 갔다가 지금은 64키로죠. 담배는 앞으로도 안 피울 테지만, 건강이 좋아지면 술은 조금 더 마시겠죠. 예전처럼 마실 수는 없지만, 술 없이 어떻게 살까 싶어요.(웃음) 어쨌든 몸무게가 그 정도로 와 있고, 운동도 많이 하고 해서 별 차이를 못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암 걸리면 진짜 확 늙죠. 항암 치료하고 그러면 사람이 강시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암에 걸리지 않았고, 치료기간도 없었다면 앨범의 발매순서가 바뀌었을 것이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앨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는 병상에서 쓴 ‘나는 암환자와 ‘병상에 누워, 세월호 참사를 바라본 ‘천국이 있다면,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시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에서 영감을 얻어 시구에 음악을 덧댄 타이틀곡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수록됐다. 음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용은 무거워졌다.

사실 이 앨범 말고 다른 앨범을 준비 중이었죠. 가볍고 편안한 포크음악으로 믹싱까지 다 끝났었죠. 그런데 암 투병을 비롯해 세월호 등이 터졌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써지더라고요. 괴로워 죽겠는데도 속으로는 ‘그래 난 어쩔 수 없는 딴따라야라면서 말이죠.(웃음) 고통스럽다가도 다소 나아지는 시기에 작업을 하면서, 이 앨범을 다음 12집으로 미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동안 겪었던 고통, 희망, 의지를 담은 앨범인데, 더는 미룰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11집이 바뀐 거죠.”

사진=MBN스타 정일구 기자
안치환은 지난해 1집부터 10집까지를 총 망라한 ‘컴플릿 마이셀프(Complete Myself)를 발매했다. 한 번의 정리가 끝난 후, 11집은 다시 출발의 느낌을 가질 것 같았는데, 앨범의 순서가 바뀌어서 그런지, 이번에도 ‘정리하는 느낌을 줬다. 지난 ‘컴플릿 마이셀프가 그동안의 앨범 정리라면, 이번에는 힘들었던 1년의 정리였다.

내가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난해 무리를 해서 앨범을 냈죠. 그 이후 가볍게 출발하려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번 앨범이 뭔가 다시 정리하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아마 음악 내용이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고, 약간의 유언장 같은 분위기도 있어서일 거예요. 그만큼 삶이 힘들었나보죠.(웃음)”

안치환의 노래를 들으며 20대를 보낸 후, 사회에 진출한 지금의 40대 전후의 세대들은 안치환의 노래에서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의 이질감을 종종 느낀다. 안치환의 노래를 들으면 속이 뚫리면서 ‘그래 다시 살아보자라고 하다가도, 현실을 다시 쳐다보면 암담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안치환이 노래가 간혹 ‘희망 고문으로 비춰지기까지 했다.

저는 노래에서 아프다는 것은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힘든 것은 힘들다고 이야기하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기 보다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자고 하는 것이 제 노래죠. 아마 (희망고문이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저항가요적인 면 때문에 그럴 거예요. 사람들은 저항가요를 민중가요라고 하는데, 저는 그 개념을 좋아하지 않아요. 민중가요는 민중이 향유하는 가요인데, 진짜 민중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게 아니죠. 그래서 저항가요가 맞아요. 저항가요의 맹점은 계몽적이라는 거죠.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하는 거죠. 제 노래에도 (저항가요가) 있지만, 노래라는 것이 그렇게 가면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어차피 세상은 예전과 같지 않고, 지금 시대에 맞는 저항가요가 뭔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어요. 계몽적인 것보다는 자기의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거든요. 노래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그 노래가 가지고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현실이 이러니 나가서 싸우자고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노래는 충분히 있는 것 같고 변화가 필요하죠.”

그런 면에서 안치환의 노래는 자기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요즘 적잖은 가수들의 사회비판 노래를 모습을 보면 제3자의 입장에서 비판을 하고 지적을 하는데, 그에 비해 안치환은 다른 사람에게 ‘너 똑바로 살아가 아니라, ‘나 힘들어 ‘난 이렇게 일어 설거야라며 공감의 접점을 찾으려 한다. 안치환 노래가 힘을 가지는 이유다.

그건 중요한 문제죠. 앞서도 말했지만, 노래가 계몽적이지 말아야 하고, 내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번 앨범 1번(‘사랑이 떠나버려 나는 울고 있어)과 4번(‘바람의 영혼)의 경우에는 내 이야기에요.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내 삶이 도대체 어떤 삶인지,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라는 것이 뭔지. 이런 것에서 출발을 해서 이야기를 넓혀보고자 했죠. 세상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응원하고자 했어요. 결국엔 삶이라는 것이 내가 살아야 하기에, (노래는) 뭔가 꿈이라도 꿀 수 있는 내 존재에 대한 응원 같은 거죠. 사회구조나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해요.”

사회 초년생이 직장 회식 등에서 자기 또래의 노래를 부르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선배들과 비슷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한다.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던 사회 초년생이 어느새 ‘내가 만일 ‘서른 즈음에 ‘옛 사랑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분위기를 맞추려 하는 것도 있지만, 가사에 공감을 하면서 나이에 맞는 노래를 찾아가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20대와 30대, 40대를 이어주는 노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진=MBN스타 정일구 기자
같은 시대를 이어주는 노래가 없다는 거죠. 사회생활 하면서 윗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랑 같이 늙어가는 가수가 새롭게 노래를 제공하지 않는 측면도 있죠. 물론 뮤지션 입장에서도 수요가 있어야 공급을 하겠죠. 하지만 어차피 뮤지션은 자기 갈 길을 가야 해요. 세상이 변하고 앨범이 사라지고, CD가 사라지는 세상이 오더라도 뮤지션이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아요. 노래를 만들고 녹음을 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죠.”

노래의 실종을 이야기했지만, 노래를 부를 사람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고 여전히 많은 노래가 만들어진다. 특히 몇 년간 히트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경쟁하고 가수로 데뷔해도, 또 오디션을 개최하면 수십만 명의 지원자가 등장한다. 안치환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아티스트보다는 엔터테이너를 만드는 시스템이라 말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저는 단점이 너무 보여요. 너무 설익은 열매를 딴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양성도 해치고요. 음악은 남들과 달라야 하고, 시스템에 대한 반골기질이 있어야 하죠. 순응형 인간은 뮤지션이 될 수 없어요. 그런데 전국의 싹수가 있는 재원들을 너무 일찍 수확해버리면, 그 속에서 탄생하는 수많은 다양한 자양분들이 너무 일찍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 공작에서 찍어내는 그런 느낌을 갖죠. 주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나가야 하는지 고민할 때, 저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으면 나가고 아티스트가 되려면 생각 좀 해보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자기 힘이 생기면 모르지만, 자칫 소모품이 될 수 있어요. 내가 꼰대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뜨기 위해서 정말 그런 불필요한 시간을 갖고 싶나 싶기도 해요. 하여튼 수제명품이 되는 것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해요. 나 아니면 안 되는 무엇, 세상에 나만 가지고 있는 그것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보는데, 음악도 그래야 하죠.”

안치환은 현재 음악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답답해했다. 라디오를 통해, ‘길보드 차트를 통해 노래가 들린 후, 대중들의 입소문을 타고 방송에 나와서 모습을 비추는 등의 기간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던 시기에 활동했던 안치환의 입장에서, 곡을 공개하고 2~3주 후에 평가해 활동을 중단하는 등의 현 시스템은 이해는 물론 적응도 불가능했다.

그런 시스템을 들을 때마다 도대체 옛날 시스템을 가지고 활동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들어요. 노래를 무대에서 1~2년 부르면, 그 노래가 어느 순간 알려지고 방송에 나갈 때 마다 부르면 한 3~4년 걸려요. 예전에는 방송도 하고 해서 2년에 한 번씩 앨범을 내곤했는데, 지금은 알리는데 시간이 걸려서 앨범이 4~5년마다 나와야 할 판이에요. 노래의 힘만으로 알리려 하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지금의 음악 시장 시스템에 맞춰서 무엇을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조용필 선배처럼 대단한 공력을 가지고 매스컴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죠.”

아직 건강을 관리하는 시기이기에 선뜻 물어보기는 어려웠지만, 안치환이라는 가수는 무대 위에 있을 때 더욱 존재감을 발휘하기에 그의 복귀 무대가 궁금했다.

아직 무대에서 새로운 노래를 한번도 못 불렀어요. 이제 앨범을 알리는 작업도 하고, 연말에 콘서트도 해야죠. 30년 음악 생활하니, 환경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보통 10만장, 20만장 팔던 시대에서 지금은 1천장을 찍을까, 2천장을 찍을까 고민하는 시대죠. 옛날에는 콘서트와 앨범 수입으로 다시 앨범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앨범을 만드는 자체가 투자지, 수익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에요. 지금은 가수들이 행사로 먹고살아야 할 지경이 되어버렸는데, 행사라는 것이 많아봐야 4~5곡을 부르잖아요. 알려진 노래 중심으로 하면 1년 내내 똑같은 노래만 부르는 거예요. 무대에 서는 것은 좋지만, 노래 부르는 것이 지겨울 때가 있죠. 어떻게 보면 노래 부르는 기계로 살아가는 거죠. 자신의 노래를 새롭게 부르지 못한다면 뮤지션의 삶은 메마른 거죠. 그래서 이런 것을 깨기 위해서 콘서트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지금 콘서트 시장도 호락호락하지 않죠.”

사진=MBN스타 정일구 기자
콘서트 시장이 과거와 달리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막강한 팬덤을 보유해 브랜드 파워를 가진 몇몇 가수들을 제외하고는 쉽게 관객을 모을 수 없다. 특히 인기 아이돌 그룹처럼 해외 팬덤을 보유한 것이 아닌, 국내 팬으로만 관객을 모으려는 가수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안치환이 할 수 있는 콘서트의 방향은 욕심을 버린 듯 하지만, 실상 누구나 쉽게 꿈꿀 수 없는 진짜 큰 ‘욕심이었다.

콘서트로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어느 정도 현상 유지만 된다면 욕심을 버리고 규모를 줄여서라도 작은 무대에서의 콘서트를 하고 싶죠. 밴드랑 계속 콘서트를 만들어가야 나머지 세월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50이 넘었으니까, 60~70살까지 무대를 가지고 싶고, 제 나이 세대의 음악팬들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나이 먹으면서 서로 음악이라는 끈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뮤지션의 꿈을 가지고 싶죠. 저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나의 팬들은 안치환의 새로운 노래를 들을 있는 기회를 갖는 자리죠. 20대에 히트한 몇 곡을 가지고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무대에서 새로운 노래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가수로서 생을 살아가야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요.”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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