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동성결혼 허용` 판결에 미국은 지금 분열중
입력 2015-06-28 15:48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내린 동성결혼 전국 합법화 결정이 미국 사회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동성결혼이 내년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날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자연의 법칙과 신의 법칙을 없애버리려는 시도”라며 에이브러햄 링컨이 흑인 인권을 위해 그러했듯이 국민들이 (대법원의) 폭압에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도 2012년까지는 동성결혼을 반대했었다”며 하나님이 (동성결혼을 금지한) 성경을 새로 썼거나, 오직 오바마 대통령만이 개정된 성경을 갖고 있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공화당의 유일한 여성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CEO)도 이제 공공장소에서 (동성결혼을 거부할 수 있는) 종교적 자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성결혼을 금지한 성경에 충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역시 결혼은 이성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만약 어떤 변화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등은 동성결혼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대법원의 결정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동성결혼 전국 합법화 결정을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성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장식하면서 자랑스러운 날(Proud day)”라고 밝혔다.
동성결혼 전국 합법화는 정치권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도 막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텍사스 등 동성결혼을 금지해 온 14개 주에서는 앞으로 이성 결혼과 똑같은 혜택을 동성결혼에게도 제공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 이들 14개 주에 거주하는 동성커플은 약 300만 명에 이른다.
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애플 등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미국 기업들은 동성결혼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동성결혼 커플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이성간 결혼 가정과 똑같은 처우를 보장해줘야 한다.
이번 동성결혼 전국 합법화 결정은 성(性)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에 대한 추가적인 차별 철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미국에선 성 전환자(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허용 여부로 대중의 관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재키 스페이어(민주.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다음 달중 성전환자를 포함한 모든 군인에 대한 비차별 보호정책을 국방부가 즉각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군대 내 의료보험제도를 포함해 성전환자 군인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군은 성전환자의 군 입대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약 1만 5000명 가량의 성전환자가 몰래 복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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