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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쯤되면 진정 영화인, ‘극비수사’ 신유경의 두 얼굴
입력 2015-06-26 10:32 
영화홍보마케팅회사 ‘영화인 대표, 16년 장수, 직원들의 힘이죠”

영화 ‘극비수사, ‘애기 무당 역할로 깜짝 데뷔

하지원 에너지 넘치고, 류승룡 아이디어 뱅크, 유해진 하트 뿅뿅 매력 최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1978년 실제 있었던 부산 아동납치 사건을 소재로, 사주(四柱)로 유괴된 아이를 찾은 형사와 도사의 33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극비수사의 언론배급시사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를 찾기 위해 엄마가 점집을 찾은 장면에서 꽤 많은 기자와 관계자들이 ‘큭큭 혹은 ‘풋하고 웃었다. 긴장감 넘치고 진지해야 할 신에서 웃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애기무당의 주인공이 ‘극비수사 홍보를 맡은 영화홍보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신유경(47) 대표였기 때문이다.
제가 진짜 이렇게 인터뷰해도 되나요?”
햇볕 쨍쨍해진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영화홍보사 ‘영화인 사무실. 신 대표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배우 신유경으로서의 인터뷰 요청을 낯설어했다. 얼떨결 데뷔이지만, 관계자들에게 인상 깊게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하니 그런가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왜 저보고 같이 하자고 했을까요? 제가 무당같이 생겼나 봐요. 하하하.”
처음 보는 이들에게 신 대표의 인상은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사람 만나는 것과 이야기하는 것, 술 마시는 것 좋아하는 그냥 사람 좋은 영화인이다.
그 흔한 타로점 한 번 본 적 없는 신 대표. 심지어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처음에 곽경택 감독으로부터 딱 맞는 캐릭터가 있다. 무당 역할 한 번 하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말도 안 돼”라는 말로 발끈, 손사래 쳤다. 하지만 끈질긴 것 하면 또 알아주는 곽 감독은 신 대표를 결국 영화에 합류시켰다.
사실 내키진 않았지만 내가 홍보하는 영화에 감독님이, 그것도 농을 건네지 않는 곽 감독님이 제의한 거니 의도가 있겠지 싶었어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버렸죠. 처음에는 마음이 조금 그랬는데 촬영하다 보니 재미있는 추억거리, 이야깃거리가 생겨 좋은 것 같아요.(웃음)”
단역이었지만 실제 사투리 교육도 받고 대본 연습도 했다. 곽 감독이 재미삼아 허투루 캐스팅한 게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감독이 원하는 톤과 준비한 톤이 달랐는데, 신 대표는 자기가 맞는 것 같다는 의견까지 냈다. 초보자라서 말할 수 있는 용기(?)였다. ‘영화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좋은 듯, 신 대표는 껄껄댔다.
영화 홍보사 운영이 안 될 때, 이렇게 조연으로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요.”
신 대표가 애착을 보이는 ‘영화인은 1999년 3명으로 시작해 현재 19명까지 늘었다. 장수하는 영화홍보사 중 한 곳이다. 창업했다가 금방 문을 닫는 회사가 많은데 비결은 뭘까.
그는 공을 돌렸다. 위기의 순간마다 각 팀의 헤드들이 중요한 역할로, 책임감 있게 꾸려갔어요. 근무조건이 열악하니 이직도 잦은데 한 사람이 나가면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우르르 그만둘 수 있거든요. 저야 마케팅이 조금 더 인기가 많았고 지금처럼 일이 많지도 않았던 예전의 10년을 지냈고, 또 상황 나쁘지 않게 5~6년을 즐겁게 일한 것 같은데 지금은 달라요. 요즘은 일이 너무 많아지고, 한 작품 회의 한 번만 해도 열댓 명이 모이니깐 거대해졌어요. 업무가 딱딱해진 면도 있어서 회식도 힘들죠. 예전에는 일이 안 풀리면 그냥 맥주나 한잔 하러 가자면 됐는데 사실 요즘은 그것마저도 쉽지 않아요.”
그래도 영화가 좋아, 영화 홍보 마케터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신 대표는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는, 돈 잘 벌고 평범한 회사원을 꿈꾼다면 권하고 싶진 않은 직업군”이다. 하지만 영화에 애정을 쏟고 영화 일부분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고, 이 일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처음은 누구나 그렇듯, 허드렛일부터다. 보통 3년 차가 돼야 그나마 마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3년 차가 하는 일을 보고 ‘저것밖에 안 되는 거야?라고 나가는 이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신 대표는 마케터 일을 하며 사람들이 다들 안 될 것 같다고 얘기한 영화들이 터졌을 때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미녀 삼총사, ‘에린 브로코비치, ‘버티칼 리미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잘 될 거라 예측하지 않았지만 한국팬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 많았다”고 떠올리고는 행복해했다.
홍보한 영화만 100여 편. 그 중 흥행 안 된 영화도 많다. 특히 고인이 된 배우 장진영 주연의 ‘청연은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친일 논란, 실상은 그게 아니었는데 인터넷에 일파만파 잘못된 정보들에 속수무책 당했다. 신 대표에게는 몇십 년이 더 지나도 기억에 남을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홍보사가 인터뷰와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 쇼케이스, 관객과의 대화 등을 챙기니 배우들과도 친분이 생겼을 법 하다. 또 반대로 영화산업 피라미드의 밑바닥 계층이라는 생각을 하는 일부 배우나 언론의 갑질도 있지는 않았을까.
언론에 대해서는 뭐라 말해야 할까요?(웃음) 배우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이상한 건지 소속사가 이상한 건지 헷갈리긴 해요. 현장에서 만났을 때 판단할 수 있는 거죠. 그래도 하지원씨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배우가 에너지 넘치면 현장이 확 살아나는 느낌 있잖아요? 마케팅할 때도 그래요. 똑똑하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아요. 류승룡씨는 재미있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많이 내죠.”
역시 칭찬은 할 게 많은가 보다. 멈추지 않으면 계속할 기세. 아, (유)해진씨도 있네요. ‘왕의 남자, ‘해적, ‘부당거래, ‘극비수사 등 많이 작품을 했는데 해진씨만 만나고 오면 직원들이 다들 하트 뿅뿅의 눈으로 돌아와요. ‘나는 배우고, 너는 홍보하는 애야라고 나누지 않고 편하게 해준대요. 송강호 선배도 그런 편이고요. 다들 빠뜨리면 안 되는데 어쩌죠….”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초대 회장이기도 한 신 대표는 최근 협회 차원에서 다양한 공동대응을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홍보사 계약을 맺을 때 여러 가지 일을 시키며 A 회사는 해주는데 너희는 왜 안 된다는 거냐?”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는 등 갑들의 농간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작은 힘이 모이니 변하게 되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예전에는 영화 홍보사들이 서로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니 힘들었어요. 지금은 교통정리가 잘 되어가는 느낌이에요. 다행히 17개 마케팅회사가 소화하는 것보다 영화들이 많아서 한쪽으로만 영화가 쏠리는 현상은 없어진 것 같아요. 저희한테 의뢰 들어왔는데 여력이 안 되는 어떤 경우는 일거리를 공유하죠. 상부상조가 되는 듯해요.(웃음)”
사실 배우로 만나고 싶었는데, 당연히 ‘영화인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시 배우로 또 만날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에는 신분 상승하거나 비중이 높아져 있지 않을까. 명함 파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에이, 이제는 얼굴이 명함이잖아요. 배우가 명함 있는 것 보셨어요?”라고 눙치며 특유의 웃음을 날렸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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