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증권사 연구원 “현대백화점 임원이 보고서 내리라고 했다” 주장 논란
입력 2015-06-25 19:46 

한 증권사 연구원이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내리라는 현대백화점 임원의 압박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중소형 증권사인 토러스투자증권의 유통담당 연구원 김 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현대백화점 부사장에게서 서울 시내 면세 사업자 선정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A 부사장은 전화로 이틀 내에 (토러스투자증권의) 홈페이지에서 보고서를 내리라”면서 보고서 내용이 담긴 기사도 전부 삭제하고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잘못됐다는 사과문도 게재하라”고 요구했다.
토러스투자증권에도 이와 비슷한 요구를 하고 이대로 하지 않을 경우 자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법적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이 지난 15일 낸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서울 시내 면세 사업자 선정을 두고 경쟁하는 7개 대기업의 업체별 입찰 가능성 분석과 점수가 실려 있다.
김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참여한 현대DF의 시내 면세점 심사평가 점수를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125점) ▲운영인의 경영능력(1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75점)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75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45점)로 매겨 합계 570점을 냈다.
경쟁사 점수는 SK네트웍스 949점, 신세계 833점, HDC신라면세점 798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669점, 이랜드리테일 650점, 롯데호텔 639점으로 현대DF가 꼴찌다. 1등과의 점수 차이가 400점 넘게 난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DF는)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낮은 점수가 예상된다”면서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무차입 경영은 가능하지만 (면세점 입점지역이) 쇼핑관광 인프라가 부족하고 인근에 롯데면세점 무역센터점과 롯데월드면세점이 위치해 입지면에서 불리하다”고 평가했다.
또 유통·관광 중소기업과 합작법인인 현대DF를 설립했지만 법인 지분의 70% 이상을 현대백화점그룹이 갖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지분이 1~2%에 그치는 것은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IR 담당 부사장이 연구원에게 보고서 내용 일부에 대한 해명과 수정을 요구했으며 정작 피해자는 자신들이란 입장이다.
현대백화점은 SK네트웍스보다 수치화된 평가 능력에선 더 좋은데 상생 항목을 제외하고 다른 업체에 비해 절반 정도의 점수만 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기업에 대한 성장성과 수익성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게 증권사 보고서”라며 고소 등 법적 대응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점수 산출로 투자자와 관련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업무 방해와 공정 입찰경쟁 저해 등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정당한 이의 제기”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DF가 운영인의 경영능력 평가 항목에서 SK네트웍스(295점) 대비 절반 수준인 150점을 받은 것은 의외”라면서 신용등급이나 이자구성 비율, 부채비율은 현대DF가 더 높고 무차입경영도 하는 것을 감안할 때 현대DF로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원이 기업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정당한 업무 행위”라면서 사실에 기반해 쓰였다면 이를 두고 업체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외압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도 진상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당한 보고서일 경우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지침을 토러스투자증권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다만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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