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KB손보 `보험 빅3` 흔들기 나섰다
입력 2015-06-25 17:45  | 수정 2015-06-25 20:15
오랜 진통 끝에 24일 출범한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등장에 따라 손해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3000억원에 달하는 LG그룹과 GS그룹 등 범LG가 기업물량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출범 이튿날인 25일 KB손해보험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조직 단위였던 4개 '총괄'을 7개 '사업부문'으로 개편해 성과주의 조직구조로 틀을 갖췄다. 최고경영자(CEO) 직속 산하에 고객지원본부를 배치해 고객관리체계를 일원화했다.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업무 부서를 통합·재편해 기존 161개였던 부서조직이 155개로 축소됐다.
자산 규모 기준 국내 1위 금융그룹이 보험업계 4위인 LIG손보(총자산 약 23조원)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듯, KB금융그룹은 이날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캐피탈 등 계열사와 연계한 신개념 자동차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의 'KB매직카적금'은 계약기간에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1년간 자동차 무사고임을 증빙하는 경우 각각 연 0.1%포인트, 급여이체나 KB국민카드 이용실적이 있을 경우 연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KB국민카드는 KB손해보험 자동차보험 특화 카드인 'KB매직카KB국민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로 KB손해보험의 차 보험료를 결제하면 10%(최대 3만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KB캐피탈은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KB국민카드로 결제하고 KB캐피탈 복합할부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에 최저 연 3.9~4.9%, 일반할부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은 최저 연 4.95%의 할인 금리를 적용한다.
김병헌 KB손보 사장
하지만 손해보험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개인영업보다 기업영역이다. 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전체(9236억원)의 3000억원가량이 LG그룹과 GS그룹 등 범LG가 물량이기 때문이다. 친·인척 관계를 매개로 LIG손보가 갖고 있던 이 물량에 대해 경쟁사들이 공세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형전업계 손보사들은 LG전자를 제외한 LG그룹 계열사의 화재보험 등 기업 패키지 보험을 KB손해보험에서 자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공장이 많은 LG전자는 보험 설계의 복잡한 구조 때문에 글로벌 보험중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범LG가 물량을 놓고 손보업계가 쟁탈전을 벌이면 보험료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보험업계 전반에서 보면 동반 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LIG손보 시절 LG·GS 계열사에 판매했던 일반보험 상당수가 2~3년 안으로 보험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관측된다. 손보업계 관계사는 "계열사들이 탄탄하지 못한 일부 손보사는 LG·GS 물건을 따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LG와 LIG 간 결속력이 약해 단독 계약이 별로 없었고 다른 보험사들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장에 물건이 풀리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복합점포와 관련해서는 KB금융그룹의 KB손보 인수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 직원이 보험상품을 직접 팔게 되면 좀 더 전문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고 보험사 직원에게 판매를 몰아주면 은행이 계열사 보험을 25%까지만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카슈랑스룰도 사실상 깨질 수 있어 KB지주와 KB손보에는 이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다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아 보여 당분간 복합점포 이슈는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석우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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