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공산당 간첩사건이 뒤흔든 대만 정가
입력 2015-06-25 17:04 

최근 대만에서 역대 최대 규모 중국 공산당 간첩단 사건이 불거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중국과 대만 간 정치적 음모론까지 대두하고 있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자매지 참고소식(參考消息)은 타이베이 검찰이 대만 역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공산당 간첩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대만 자유시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대만 검찰은 중국인민해방군 상위(上尉·한국군 대위격)로 추정되는 중국측 정보원 전 모 씨를 체포했고, 그가 대만에서 직간접적으로 포섭한 전·현직 군 관계자, 민간인 9명을 기소·체포해 조사를 펼치고 있다. 전 씨에게 포섭된 공군 퇴역 장교 류치루(劉其儒)는 다수의 전·현직 군 관계자를 끌어들여 대만군의 레이더 기지 정보를 정탐하고, 각종 전투기 성능 업그레이드 계획, 유도탄 배치 상황 등을 정탐한 혐의(국가안전법 위반)로 기소됐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당혹감을 애써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첩단 사건이 대만 내 반중 정서 악화시켜 내년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만 여론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을 더욱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도 현재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국민당 정권이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민진당의 집권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번 사건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정치 지도자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 공산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만 정치인이 정권을 잡게 되면 양안 관계가 냉랭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대만 총선이나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대만 최초 총통 직접제가 있었던 1996년, 중국은 리덩후이 전 총통을 경계하기 위해 대만 해협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른바 대만판 북풍사건이었다. 2000년에는 천수이볜 전 총통이 대만 독립노선을 강조하고 나서자 전쟁 위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중국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대만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되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의회에 진출하거나 총통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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