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서울시 버스요금 인상분으로 결국 기사 월급 올려
입력 2015-06-25 16:43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25일 버스파업 시한을 불과 10여분 앞두고 임금 인상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버스기사들은 시급 3.7%를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졸지에 250억원 가량 인건비 부담을 져야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27일부터 시내버스 요금은 150~450원 오른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조와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24일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회의를 시작해 밤샘 협상을 벌인 끝에 25일 오전 4시 첫차 시간을 코앞에 둔 오전 3시50분께 임금 협상에 타결했다.
노조 측은 시급 인상이 이뤄지자 즉각 파업을 철회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임금 7.29% 인상과 휴식시간 확보, 운전자 보험제도 시행, 정년 1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사용자 측인 시내버스운송조합은 임금 동결을 주장하며 팽팽히 대립했지만, 결국 시급을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노사는 무사고 포상금 월 16만 5000원을 지급하고, 근로시간 중 휴게시간 보장, 운행대수 1대당 노사 상생기금 월 1만 8000원 적립에도 합의했다.
현재 버스기사들은 기본급 등에 한해 시급을 적용받고 있다. 시급 3.7% 인상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1인당 150만원 안팎의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서울지역 버스 운수 종사자수가 1만6500명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져야할 부담은 248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버스회사 운송 적자를 메워주는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 버스회사 적자가 커지면 결국 시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지난해 서울시가 보전해 준 버스회사 적자액은 3092억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버스기사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10% 가량 높은 연봉(4424만원)을 받고 있다. 연간 버스 운송비용 중 운전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달한다.
임금인상 소식에 일부 시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서울 시민 이영민씨는 당장 다음달부터 버스 타는데 한달 4000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며 요금 인상 계획이 나오자마자 버스 기사들이 서민을 볼모로 월급부터 올려달라고 하는 게 한심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버스 통근하는 김유석씨(35)는 가뜩이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사회도 뒤숭숭한데 자기들 지갑부터 먼저 챙기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도 여론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시 당국은 당초 노후시설 재투자와 운영 적자해소를 위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사가 시급 인상에 합의하며, 요금 인상분 일부로 기사 월급을 채워주는 결과를 낳게 됐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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