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우조선의 분명한 선긋기 “STX 위탁경영·인수 안한다”
입력 2015-06-25 16:18  | 수정 2015-06-26 09:50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STX조선해양에 대한 위탁경영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내실경영을 다짐했다. 금융당국이 조선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STX조선해양의 장기적 인수후보자로 거론됐던 대우조선해양이 명확한 ‘불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25일 서울시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위탁경영은 할 생각도 없고, 여력도 없다”며 공동 원자재 구매처럼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부분에선 STX조선해양을 국가적 차원에서 도울 수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에 한 뼘 만큼이라도 손실이 난다면 돕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사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STX조선해양을 살려야 하는 산업은행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 정 사장이 여지를 두지 않는 강력한 선긋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회사의 재무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조선 빅3의 해양플랜트 비중이 비슷한데 과연 작년에 대우조선해양만 잘하고 있었을까 의문을 가져왔다”며 우리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내부 실사가 막바지 단계에 왔는데 대우조선도 손실요인을 안고 있는 건 분명하게 파악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2분기 실적공시를 앞두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전 경영진이 남겨놓은 재무상황에 상당한 부실과 내상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나홀로 수주목표를 달성했던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실적 악화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4분기 480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고 올해는 1724억원으로 손실폭을 늘렸다. 영업이익도 올해 1분기 433억원 적자를 기록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근 재무상황이 녹록하지 않은데다, 새로 취임한 정 사장이 대손충당금을 일시에 쌓을 가능성도 있어 올해 2분기 어닝쇼크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크루즈 제조업체인 STX프랑스 인수도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이 회사의 경쟁력과 미래성장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적 상황을 감안할 때 인수하는 건 무리라는 얘기다.
정 사장은 크루즈선 승객 주류가 동양인으로 바뀔때면 한국 조선업도 크루즈제작으로 가야하는 게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런 변화는 앞으로 5~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여, 지금은(STX프랑스) 인수 파일을 덮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사업과 계열사 구조조정에 대해선 ‘옥포조선소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를 잣대로 삼겠다고 했다.
정 사장은 선박·해양플랜트 본업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시장 침체로 독자생존 가능성이 없는 풍력사업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5월 19일자 A1면 보도) 반면 중국의 선박·플랜트 블럭제작 공장과 부산 소재 선박설계 계열사 디섹 등은 본업 연관성이 높고 가격경쟁력과 생산성이 높아 주력 계열사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같은 인력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IMF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이미 대규모 인력감축을 시행한 바 있다”며 대규모 인력 조정은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이걸 회복하는데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인력감축 무용론을 폈다.
정 사장은 조선사 실적악화의 주범인 해양플랜트에 대해 그 비중을 차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매출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해양플랜트 비중은 나중에도 40%선을 넘지 않는게 이상적이라는 것. 나머지는 선박이 50%, 잠수함 등 방산물자가 10%를 차지하는 구조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