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한민국부자 심층분석…금융자산 비중 43%로 일반인 압도
입력 2015-06-25 14:35  | 수정 2015-06-25 14:51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투자속성 등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에게도 참고가 될만한 투자 힌트를 여럿 건질 수 있다. 일반인에 비해 금융·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아무래도 투자정보의 질도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국내 가계의 평균 자산 구성을 보면 금융자산 26.8%인 반면 부동산자산 비중은 67.8%에 달한다.
하지만 KB금융경영연구소의 부자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의 경우 총자산 내 비중이 △부동산 52.4% △금융 43.1% △예술품과 회원권 등 기타자산 4.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구에 비해 금융자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부자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과거와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2010년말 기준 금융자산 내 예·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3%였으나 4년 후인 2014년 말에는 47.2%로 늘었다. 보험 비중은 2.9%에서 14.4%로 5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비중은 23.6%에서 16%로, 펀드 비중은 20.8%에서 14.5%로 각각 줄었다.
이는 금리 하락과 경제 불황 등 이유로 금융자산의 실제 수익률이 기대 수익률에 훨씬 못 미치자 위험자산 대신 안전자산을 보유하려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부자의 연평균 기대 수익률은 6.5% 수준이었지만, 지난 1년 간 실제 수익률은 3.5% 수준에 그쳤다.
부동산의 경우 부자일수록 거주용 보다 투자용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자산 규모가 클수록 두드러졌다. 전체 부동산자산대비 투자용 부동산 보유 비중은 총자산 50억 미만 부자가 54%, 50~100억원이 65.5%, 100억원 이상이 76.4% 등으로 나타났다.
또 초고액자산가 중심으로 빌딩·상가에 대한 투자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투자용 부동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5.91%였다.
부자는 여전히 금융자산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부자는 35.3%, 유지하겠다는 부자는 57.8%였다. 1년 전에 비해 ‘유지 의견이 10% 늘어난 점을 볼 때 금융투자에 대한 기대와 확인은 다소 위축됐다.
금융자산 투자를 줄인 부자는 부동산 구입(39.1%)과 사업자금(30.4%) 등에 주로 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서는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부자수가 많은 가운데, 증가 의향자 비율이 전년보다 상승해 부동산 투자 심리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의 부자는 국내 부동산(24.3%)을 향후 가장 수익률이 좋을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 해외 펀드(12.5%)나 국내 주식(11.3%)에 비해 전망이 좋다.
한국 부자들의 지난 5년간 변화에서 주목할 만한 또다른 대목은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금융지식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본인이 판단한 금융상품지식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한국 부자는 2011년 66.4%에서 올해 74.5%로 늘어났다. 주식과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관심과 실제 투자가 덩달아 늘어난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엔저, 그리스 사태, 유가 변동 등 글로벌 이벤트에 수익률이 좌우되는 투자처 비중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한국 부자들일수록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었다. 금융지식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부자의 78.4%가 자신이 안정·안정추구형 투자성향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금융지식이 높다고 생각하는 부자 중 안정·안정추구형 투자성향을 자처한 비율은 45.7%로 절반을 밑돌았다.
실제로 자산관리 관심사에서 금융상품 투자정보나 금융시장·경제 정보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점도 이런 트랜드를 뒷받침한다. 2011년 자산관리 관심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분야는 부동산 투자정보(81.7%)였지만 올해는 금융상품 투자정보(60%)로 조사됐다. 자산규모가 많을수록 법률과 상속·증여, 가업승계, 세무, 환테크(환율 변동추이 따라 외화에 투자해 환차익을 얻는 금융투자법)·해외투자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산관리를 위한 중요한 고려 항목으로 최근 부상한 분야는 절세와 세금 혜택이다. 한국 부자 5명 중 1명은 투자 의사결정을 앞두고 절세와 세금혜택을 수익성이나 안정성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세금 부과율이 과도하다고 생각한 부자는 3명 중 2명 꼴(64%)이었고 전체 응답자의 59.3%는 세금이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준이라고 했다.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절세 금융상품에 가입했다고 한 한국 부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 바구니에 담은 상품은 장기저축성보험(68.1%)이었고 연금저축이나 연금펀드,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소득공제 금융상품(65.7%), 투자수익이 비과세되는 국내 주식·주식형펀드(46.7%)에 대한 인기도 높았다.
상속·증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이같은 절세 열풍의 연장선에 있다. 여기서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경향은 배우자를 상속·증여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총자산 50억원 이상의 한국 부자 중 보유자산을 배우자에게 상속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9.1%로 2011년(40.6%)의 갑절에 가까운 수준이다. 반면 손자녀에게 증여하겠다고 한 비율은 같은 기간 15.6%에서 11.6%로 감소했다. 자녀의 경우 2011년 조사에서 모든 응답자가 자녀를 상속·증여 대상으로 고려하겠다고 한 반면, 올해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97.7%로 감소했다. 2.3%는 아예 자녀에게는 상속·증여를 하지 않겠다고 한 셈이다. 이는 배우자 상속분(50%)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지난해 상속법 개정안처럼 배우자의 상속 권리가 강화되는 추세와 세대생략이전에 대한 세금 할증률 부과 등 손자녀 상속 혜택이 감소하는 추세가 덩달아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직접투자 의향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5%포인트 늘어난 전체 한국 부자의 32.3%가 해외직접 투자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들은 중국(56.6%)과 인도(11.6%), 베트남(9.3%)을 투자선호국가로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의 부자는 어느 지역에 살고 있을까. 18만2000명 중 절반 가까운 45.2%가 서울에 살고 있다. 서울 거주 인구가 전국민의 약 20%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국 부자의 서울 집중도가 인구 집중도 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다만 전국 부자 수에서 서울 비중은 2012년 48%에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서울 부자의 37%가 살고 있으며 양천, 영등포, 동작, 광진구가 뒤를 잇는다. 경기도에는 3만6000명의 부자가 살고 있는데 그 중 약 7000명이 성남시에 거주하며 그 다음 용인, 고양, 수원시 순으로 많았다. 부산에는 1만3000명의 부자가 살고 있다.
[이유섭 기자 /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