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기획…‘퀴어문화축제’①] 하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입력 2015-06-25 13:32 
[MBN스타 금빛나 기자] 퀴어문화축제 (Korea Queer Culture Festival, KQCF)가 올해로 16회를 맞이했다.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9월8일부터 9일까지, 양 이틀간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됐던 퀴어문화축제에서 시작됐다. 당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단체 및 커뮤니티와 이송희일 영화 감독 등 성소수자 인사가 참가한 소규모 행사였으며, 참석 인원 역시 총 2000여명에 그쳤다.

해가 거듭될수록 퀴어문화축제는 세를 얻어나갔으며, 장소 역시 대학문화의 중심지로 불리는 홍익대학교와 신촌, 번화가인 이태원과 종로, 그리고 서울 문화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광화문 등지에서 행사를 진행해 나가며 점점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6월 퀴어문화 축제에서는 참석인원이 약 2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15년이라는 세월동안 얼마나 축제의 규모가 얼마나 발전됐는지를 보여주었다.


2015년 6월9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16회 퀴어문화축제는 그 어느 때보다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지난 9일에는 사상 최초로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막식을 진행했으며, 행사 기간 역시, 작년 대비 1주일이 추가 된 3주 동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가 대한민국 사회에 있어서 민감한 퀴어(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을 총괄하는 용어)를 다루는 만큼 이에 대한 반발 또한 적지 않다.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당시 개최를 앞두고 마포구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이유로 축제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하였으나, 퀴어문화축제 기획단과 시민단체는 보수 기독교 단체의 압력에 의한 결정이 아니였냐”며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여러 잡음 끝에 구글의 후원을 받아 행사를 진행한 15회 퀴어문화축제는 이후 보수 근본주의 기독교 단체가 축제를 방해하기 위한 시위를 조직하여 ‘퀴어 퍼레이드가 몇 시간 동안 정체되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Revolution)이라는 주제로 현재 진행 중인 16회 퀴어문화축제 역시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행사 진행을 위해 집회신고를 하려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이를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로 인해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노숙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논쟁은 갑작스러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마주하면서 더욱 커졌다. 보수단체를 포함해 많은 이들은 메르스 확산 방지와 국민정서를 위해 퀴어문화축제 개막을 취소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광화문에서의 퀴어문화축제의 개막을 허락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비난도 잇따랐다.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며 메르스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박 시장이, 정작 메르스 확산에 위험이 있을지도 모를 퀴어문화축제와 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반대에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메르스 확산을 방지를 이유로 개막식을 일부 스태프 등만 참석하는 소규모 행사로 수정했으며, 대신 개막식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유튜브 생중계했다.

이후 진행된 개막식에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셌다. 개막식 당일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하는 이들보다 더 많은 기독교 및 보수 단체들이 서울광장 및 청계광장 등지에 모여 반대집회를 열었으며, 이로 인해 오후 7시30분 시작될 예정이었던 행사는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 같은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의 메인 행사 퀴어퍼레이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 판사)는 16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2일 냈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지방경찰정장의 옥외집회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에 결정에 따라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에 대한 남대문 경찰서 측의 금지 통고는 효력을 잃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통보에도 보수단체에서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준비를 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

퀴어문화축제를 진행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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