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인터뷰] 이근찬 PD “‘문제적남자’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5-06-25 10:57 
사진제공=CJ E&M
[MBN스타 유지혜 기자] ‘뇌섹남, 이 매력적인 단어가 전면으로 나선 ‘문제적 프로그램.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이하 ‘문제적남자)는 그렇게 시작했다. ‘연예계 대표 뇌섹남들이 이상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마치 면접스터디를 연상케 하는 오묘한 프로그램. 그런데 은근히 웃기고 자꾸만 눈길이 간다. 그렇게 ‘문제적남자는 화제가 됐고, 지금은 tvN 목요일을 책임지며 순항 중에 있다.

그런 ‘문제적남자의 이근찬 PD를 최근 서울시 마포구 CJ E&M 센터에서 만났다. 이 PD는 프로그램의 줄임말로 ‘뇌섹시대가 좋을지, ‘문제적남자가 좋을지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래도 ‘문제적남자가 좋다. 물론 ‘뇌섹시대라는 매력적인 단어도 포기하기 힘들지만”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PD조차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뇌섹시대, 즉 ‘뇌섹남은 그야말로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다. 그 분위기 속 꽤나 빨리 ‘뇌섹남 키워드를 선점한 이근찬 PD에 그 이유를 물었다.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뇌섹남이라는 키워드가 대세긴 한데, 이를 어떻게 풀어내야 될지 까다로워서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섹남이라는 것은 요리를, ‘몸짱은 식스팩을, ‘꽃미남은 외모를 보여주면 되는데 ‘뇌섹남의 평가 기준은 모호하고 참 개인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저희는 ‘뇌섹남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는데 프로그램 기획을 풀어가다보니 ‘뇌섹남도 핫하고 저희의 기획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접목을 시켜 지금의 형태가 탄생하게 됐다. 그러면서 저희도 ‘뇌섹남의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고민을 참 많이 했던 포인트다. 사람들이 출연자들을 ‘뇌섹남이라고 인정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우리가 가장 걱정한 반응은 ‘뇌섹남의 타이틀을 가지고 등장한 출연자들을 보며 ‘쟤네가 무슨 뇌섹남이야와 같은 거였다. 그 부분 때문에 섭외 과정도 참 오래 걸렸다. TV에 잘 안 나오는 분들도 모두 살펴봤다. 그래서 이장원 씨나 랩몬스터 씨도 만나게 됐다. 저는 개인적으로 ‘뇌섹남이란 위트도 있어야 하고 자신의 논리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똑똑하다는 포인트가 분명히 보이는 사람인데, 지금의 출연자들은 이 기준에 모두 만족한다.”

이 PD는 ‘뇌섹남이라는 타이틀로 나가는 자리라 출연진도 처음에는 부담을 느꼈다. 망설이는 이장원 씨에게는 ‘기타 메고 해도 된다고 말했고, 랩몬스터는 소속사를 여러 차례 설득하며 섭외를 했다. 다른 출연자들도 힘들게 섭외했다”고 섭외 과정을 회상하다 그런데 전현무씨는 금방 수락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이 PD에 전현무라는 존재는 프로그램 섭외의 열쇠였다. 제일 먼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떠올리며 섭외 1순위로 올렸던 인물이 전현무였고, 기획을 들은 전현무도 금세 의기투합을 했다고.

사진제공=CJ E&M


전현무 씨는 처음으로 이 기획을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이야기한 인물이다. 메인 MC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끌고 갈 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거기에 전현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전현무 씨는 다른 출연진과는 다르게 크게 고민은 안 하셨다.(웃음) 대충 기획의 틀만 나온 상태였는데 전현무 씨가 ‘다른 프로그램과는 색다른 부분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했다. 전현무 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섭외가 시작된 것이다. 사실 예능을 많이 하고 재밌으신 분들과 함께 하면 어느 정도 갖춰놓고 시작하는 부분은 있다. 저는 그 부분을 전현무 씨에 오롯이 의지했다. ‘예능적인 부분에서는 전현무 씨를 믿고 갔다. 저는 재미라는 게 꼭 웃고 떠드는 것이 아닌 ‘진정성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제적남자에서는 ‘진정성을 포인트로 두고 가자고 다짐했다. 출연진이 진짜 토론을 하고 문제를 풀도록 하고 싶었다. 전현무씨를 비롯한 모든 출연진이 다행히 토론을 좋아했다. 토론 중에 ‘이런 게 방송에 나갈 수 있냐고 의아해하면서도 쉴새없이 토론을 했다. 그런 성향이 프로그램에 잘 맞았다. 사실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모시고 하는 것은 ‘모 아니면 도였다. 하지만 출연진을 믿었다.”

‘문제적남자를 기획하면서 걱정이 많았다는 이근찬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성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 PD는 그렇기 때문에 ‘뇌풀기 문제 대신 면접 문제의 비중을 더욱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때 많은 시청자들이 ‘뇌풀기 문제의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지론에 따르면 ‘답없는 면접 문제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다양성을 풀어내는 것에 적격인 형태였다.

‘뇌풀기 문제가 주는 아니었는데 오히려 뇌풀기가 프로그램 정착에 큰 부분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뒤의 ‘답 없는 문제가 포인트였다. 답은 없어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정해줄 수 있고, ‘누가 잘했네, 못했네보다는 ‘누구 의견이 색다르고 재밌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생활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마인드가 길러지면 어떨까 싶어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계속 ‘답 없는 문제들을 내고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문제를 함께 풀면서 나온 나의 논리가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 대입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많더라. 이런 논리들이 다양해지면 진정한 ‘뇌섹남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사진제공=CJ E&M


하지만 초반에는 ‘학벌이 눈에 띄는 출연진 때문에 ‘학벌이 뇌섹남의 기준인 것이냐는 오해를 많이 들어야 했다. 이 PD도 솔직히 ‘학벌을 아예 안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벌이 기준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는 싫었다”며 ‘학벌의 의미를 무너뜨려준 것은 랩몬스터의 역할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근찬 PD는 랩몬스터에 고마운 것 중에 하나가 ‘학벌에 구애받지 않고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라며 가장 어린 막내의 활약상을 칭찬했다.

랩몬스터는 스스로 ‘C대를 나왔다고 한다. 자신이 뜻하는 바가 있어 사이버대학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친구가 활약을 해준다는 것이 ‘고학력 고스펙이 결코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때문에 참 고마웠다.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는 ‘주입식 교육이 많이 있다. 아닌 것처럼 포장은 돼 있지만 결국 보면 주입식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입시학원이나 싸트(SSAT) 학원 등 기술적으로만 로직(논리)을 배우는 풍토, 고정관념을 빨리 깼으면 하는 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었다. 그걸 깰 수 있는 게 바로 다양성이다. 출연진도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우리 프로르램을 보는 그 한 시간 만이라도 이 시대의 청춘이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입시 준비, 취업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프로그램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문제풀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 신선한 라인업만이 ‘문제적남자를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전현무가 늘 스튜디오에 들어서며 하는 오늘도 대본이 없네”라는 말처럼 ‘문제적남자에는 별다른 대본도 없다. 지시사항은 항상 이 PD가 직접 목소리로 알려준다. 스튜디오 촬영인데도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는 야외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1박2일이나 ‘삼시세끼와 오히려 비슷하다. 이를 짚자 이근찬 PD는 사실 아직도 제 목소리가 출연하는 건 부끄럽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사진제공=CJ E&M


대본이 있을 필요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대본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전현무 씨가 문제를 알게 되면 그 리얼리티가 안 살 것 같아서 아무런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가 프로그램의 진행 사항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모른 채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가 목소리로 그 때 그 때 팁을 주면서 진행하고 있다. 예능의 기본 틀을 벗어나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일이다. 흔히 말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들이 일정한 상황만 주고 자유롭게 그 안에서 출연진이 행동하지 않나. 저는 스튜디오 녹화에서도 이런 형태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기존 MC가 오프닝 멘트를 하고 게임 하는 등의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프로그램과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차라리 그런 틀을 아예 벗으면 더욱 달라보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저 사람들이 토론하고 문제 풀고 이야기 나누고 하면서 자유롭게 놀면 충분했다. 처음에는 시작하기 전 전현무 씨에게 아주 조금의 팁을 주곤 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 전현무 씨도 이제 물어보지도 않는다. 다행히 틀을 깨고자 하는 것과 출연진의 성향이 잘 맞아 떨어져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있다. 이근찬 PD는 역시 상위1%들은 다르긴 다르더라. 적응 속도가 빨라 애를 먹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성은 항상 어, 이거 뭐야”라는 반응에서 나오는 출연진의 당황, 놀람에서 비롯되는 것이 있는데 출연진이 워낙 빨리 적응하고 이를 캐치해버려서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요리특집 ‘지인특집 등 색다른 미션이 나오는 것이라 이 PD는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는 여섯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계속 해왔다. 하지만 출연진이 점점 편해지는 분위기가 생기자 독특하고 재밌는 요소가 나오기 어려워졌다. 저는 그게 싫었다. 이건 저만의 생각이지만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편해지면 시청자들은 재밌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출연진이 어렵게 몸을 부딪히고, 어렵게 해나가야 시청자들은 거기에 재미, 감동, 진정성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연진이 편해지는 모습들이 조금씩 편해지는 모습을 보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래서 일종의 자극제로 매번 변화하는 포맷을 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리 특집, 지인 특집과 같은 거다. 계속 이 친구들이 ‘어 뭐야 ‘어 어떻게 해 이런 리액션을 나오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제가 제일 힘든 게 제 자신이 뇌섹남이 아니라서 이 친구들의 생각을 제가 뛰어 넘어서 문제를 갖다 주고 하지를 못한다. 이 친구들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감이 안 잡힌다. 정작 제가 쉽게 푼 것들을 그 친구들은 한참 헤매기도 하고, 진짜 어렵다고 소문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이 당황하고 힘들어할 만한 문제를 찾아내야 하는 게 늘 고민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제적남자는 ‘제작진, 전문적남자들 대 ‘문제적남자들 간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제가진은 계속 어려운 문제를 주면서 ‘문제적남자들을 괴롭히고, 이들은 계속 이를 해결해내고 하는 과정이 계속 쌓이면서 재미와 매력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게 목표라는 거다. 그러면서 더불어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시청자들도 잠시 고민하게 만든다면 그 뿐이라고 이근찬 PD는 말한다. 그가 말하는 ‘다양성, 그 자체가 ‘문제적남자들을 움직이는 힘이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