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 뮤지컬 배우 임혜영, 그 진가가 빛나다
입력 2015-06-25 10:57  | 수정 2015-06-25 15:29
사진=EA&C/디자인=이주영
[MBN스타 김진선 기자]뮤지컬 배우 임혜영의 목소리는 눈을 감고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색이 있다. 청아하고 맑고,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그런 목소리다. 하지만 뮤지컬 ‘팬텀에서 임혜영은 관객들이 기대를 완전히 뒤엎었다. 성악적인 클래식한 발성을 완벽하고, 임혜영스럽게 극에 맛있게 버무려 버렸기 때문이다.

큰 눈에 따뜻한 미소를 짓는 임혜영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짓궂은 소년에서 볼이 발가지는 소녀, 완벽을 추구하는 뮤지컬 배우에서 가녀린 여성의 면모까지 속속들이 내보였다. ‘팬텀을 통해 ‘진가가 드러났다 ‘재조명해야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임혜영은 그 자체로 언제나 그랬듯이 그 자체로 반짝거리는 뮤지컬 배우였다.

‘아리랑을 연습하고 만난 임혜영은 목 상태는 건강하다. ‘두 도시 이야기 초연 때 결절이 와서 힘들었는데, 결절도 나아지고, 재밌다. 노래도 제대로 부르면 목상태도 훌륭해지는 건가보다. 아주 훌륭한 상태라고, 맘껏 하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팬텀에서 유독 목소리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어요”

‘팬텀에서 크리스틴 다에 역은 아리따운 목소리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인물이기에, 임혜영이 연관검색어처럼 바로 떠오를 수도 있다.

크리스틴 다에가 나와 이미지 적으로 어울린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곳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정점으로 가지치기를 해서 잘 풀어나가려고 했다”

임혜영은 목소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청아하다고 하는데 약간 씩 작품마다 다르게 쓰려고 한다. 잘 못 느낄 수 있지만(웃음), ‘팬텀에서 성악 발성을 많이 내다 보니 그런 말을 유독 더 많이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만 하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부를 수 있겠지만, 드라마와 연결된 노래를 부르다 보니 항상 고민이 많다. 노래만 하면 드라마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 정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래 기교나 화려함에 충실하다보면 노래가 단순해질 수 있지 않은가. 너무 소리적으로만 가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노래와 극이 연결될 수 있는 ‘정서에 주안점을 뒀다.”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임혜영은 무대에서 예민해서 그런지 조금만 핀트가 나가도 내겐 크게 와 닿는다. 예전에는 마냥 즐겁고 재밌게 했는데, 상대 배우나 사소한 것들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내가 망가지지 않고 노래와 연기를 하려다 보니, 쉽지 않더라”라며 어쩔 때는 생각하지 않고 할 때 더 잘나오기도 하지만, 고민은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테일한 것이 모여서 큰 틀을 만드니까. 공연하면서 연습도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 같다

때문에 임혜영은 천천히 말하려고 한다. 그는 함께 하면서 생기는 재미난 것들이 재밌다. 작품을 하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게 있다. 노래도 마찬가지고, 계속해서 편해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연습을 하면서 ‘이런 게 있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남자의 자격으로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죠”

임혜영은 지난 2011년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 출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충분히 스타성을 발휘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모습을 비출 만 했지만, 임혜영은 자신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자신 만의 색을 찾았다.

정말 부담 없이 간 자리였다. 어르신들에게 악보 보여주고 그런 마음으로 갔는데 갑자기 주목을 받고, 우연히 큰 엔터테인먼트와 미팅도 하게 됐다. 유명해지고자 생각했으면 어떻게든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미스사이공을 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도 하고 싶었지만,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 관심을 가지더라. 나 자체가 아니라 마치 상품으로 보는 듯한.”

임혜영은 내가 가고 싶은 색이 아니었다. 조금 늦더라도 연기는 할머니 돼서도 할 수 있으니까. 연기로, 노래로 인정받고 싶지 외적인 것 때문에 인정받고 싶지 않더라”라며 연기 잘하고 좋은 배우가 조금 힘들고 멀더라도 참고 싶었다”라고 조곤조곤 털어놨다.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한 때 뜨겁게 받았던 주목 때문인지, 임혜영은 현재 무대가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가고 나니까,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소중하더라. 이것만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주어진 것을 잘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혜영은 무대에서 빛을 더 소중히 하고 싶어 했다. 물론 많은 손들이 뻗히기도 하지만, 짧은 시간 화면에서의 화려함보다는 무대의 반짝임을 지키고자 했다. 그는 우리는 무대에서 멋진 사람인데 가려지는 것이 싫다. 연륜이 있다면 가려지는 것들 까지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겠지만. 무대에서의 멋짐을 반감시키고 싶지 않더라”라고 뜻을 밝혔다.

때깔 그대로 전하고 싶어요. 관객들 설득시키고 싶었죠”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팬텀에서 임혜영은 성악 발성을 쓰지만, 뮤지컬과의 중심을 잘 잡았다. 때문에 듣기도 좋고 어렵지도 않고 극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

성악적인 발성은 대학 졸업하고 처음 하는 거다. 중간 중간에 필요한 작품은 있었지만, ‘팬텀처럼 클래식하게 낸 적은 없다. 내가 계속 뮤지컬을 해서 그런지, 말하는 것처럼 부르는 게 어느덧 나에게 익숙해져 있었고, 관객들이 잘 들릴 수 있고 부담 없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깔 그대로 전하고 싶었고, 관객을 설득시키고 싶었다.”

임혜영은 내추럴하게 부르려고 하면 연출이 더 클래식하게 부르라고 하더라.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 내는 것 하려고 다양한 테크닉을 연습했고, 어떻게 불러야 크리스틴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을까, 엄청 고민하고 고민헸다”고 말했다.

때문에 초반 연습 때 스트레스로 귀도 잘 안들리고 어깨에 담이 오기도 했다. 임혜영은 처음에는 어떤 라인으로 갈지도 모르겠고, 솔로 곡을 다 성악가처럼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며 가사는 잘 들려야 할 것 같더라. 목소리가 안 들리면 드라마 진행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들리는 데로 써서 연습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아 그의 노력이 여실이 드러났다.

‘팬텀 속 진짜가 몇 장면 있죠. 상경했을 때를 떠올렸고, 학교 때 배낭여행으로 오페라 극장에 갔을 때 말이다. 진짜를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필름처럼 기억하는 몇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도 그렇다. 진짜가 몇 장면 있다.”

팬텀 얼굴 보고 놀라는 장면 위해 호러물도 봤어요”

가면을 벗으면 류정한, 박효신, 카이, 모두 정말 멋진 분들인데.”

극 중 팬텀이 가면을 벗으면 크리스틴은 기겁하며 놀란다. 장면에 대해 임혜영은 초반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한 연민, 그 감정에 빠져들다 보니 그렇더라. 살다보면 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 고마운 사람 있지 않은가. 내 안에서 온갖 드라마가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더라”라고 말했다. 덕분에 꿈에서도 장면을 꿀 정도였다고 말이다.

임혜영은 이 장면을 고민하다 호러물, 좀비물을 봤다. 그는 흉칙해서 도망가는 장면으로 생각했다. 사실 크리스틴도 팬텀의 얼굴을 상상했지만 그 이상이지 않을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작품을 할수록 마음이 바뀌더라”라며 꺄악”하고 소리 지르는 것 보다 아니야 안돼” 라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부드러운 연결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다음 장면과 이어서 생각했을 때 감정에 있어서 거짓말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 정말 놀라면 소리도 안 나오지 않는가. 이미 넘버에서 ‘내 사랑이라는 표현을 쓸 뿐 아니라 그에게 묘한 감정이 드는 상태다.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사랑하지만 감당 안 되는.”

임혜영은 ‘팬텀은 인간적인 풀이가 좋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특히 임혜영은 대본 안에서 벗어나는 것은 싫어하지만, 번역극이기 때문에 연출부랑 합의하에 대사를 넣기도 한다. 팬텀을 보고 ‘미안해요라고 했는데 ‘사랑해요라고 바꾸기도 했다”며 극에 따라 움직이다가 극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채워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작품에 대한 고심이 드러났다.

임혜영은 ‘팬텀을 통해 얻는 호평에 대해 어렸을 때 이렇게 칭찬 들으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만족을 못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것은 찾아내고 채우려고 한다. 죽기 전에 한 작품에 ‘완벽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스스로에게 힘들겠지만, 장점은 장점대로 살리고, 단점을 계속 찾아내려고 한다. 소리, 연기가 한 색이였으면 좋겠다. 부드럽지만 강하고 싶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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