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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사투”…미얀마 반한-혐한 위기, 한인회가 막았다
입력 2015-06-25 10:35 
사진제공= 미얀마 한인회
[MBN스타 유명준 기자] 아티스트들은 늘 하는 공연일지 몰라도, 저희 미얀마 한인회 사람들에게는 사투였습니다.”

지난 6월10일 미얀마 한인사회가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이백순 주미얀마 대사, 이정우 한인회장뿐 아니라, 코트라와 한인회 주요 간부들이 모두 모였다. 안건은 한 개인의 사기 행각으로 인해 취소될 위기에 놓인 케이팝(K-POP) 콘서트를 그대로 진행하지 여부였다. 결론은 그대로 진행한다”였다. 그러나 앞길이 막막했다.

사건의 시작은 4월부터였다. 미얀마에서 사업을 했던 H사의 오 모 씨는 미얀마 내 케이팝콘서트를 추진했다. 6월16일 개최키로 결정하고,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사에 섭외를 부탁하는 등 두 달 가까이 공연을 준비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사기였다. 케이팝 콘서트를 빌미로 주변 사람들에게 수 억원대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한국 가수들에게 개런티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채, 6월9일 밤 절반 정도 팔린 티켓 수익금을 가지고 미얀마에서 방콕으로 야반도주한 것이다.

티켓을 구매한 주 고객이 케이팝 가수를 좋아하는 미얀마 팬들이었고, 콘서트가 개최되지 않으면 이들을 중심으로 생길 반한(反韓), 혐한(嫌韓) 감정이 생길 상황이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를 비롯해 한인사회가 비상이 걸린 이유다. 한 개인 사업자의 사기 행각으로 인해 3000여명 한인사회가 뿌리째 흔들리게 생긴 것이다.

이정우 미얀마 한인회장은 11일 한인 사회에 긴급 문자를 보냈다. 이 회장은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며 한-미얀마 간 협력관계에 대한 악영향이 크고, 이미 티켓을 구매한 젊은 층들의 반발 및 시위 가능성이 있으며, 공연과 관련된 방송국, 후원 업체 등의 손해배상 소송 등이 예기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큰 관계로 어떠한 방식이든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라며 미얀마 한인회 역사 이래 이번과 같은 일은 마치 6.25사태를 맞은 것과 같다 할 정도로 참담하고 비통한 일입니다만 이런 때일수록 교민 여러분의 단합된 마음과 열정을 보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며 한인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사진제공=미얀마 한인회
콘서트는 강행키로 결정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시간이 촉박했다. 콘서트까지 남은 날짜는 5일이었지만, 무대에 오를 방탄소년단, 에일리, 에이코어, 헤일로, 엔소닉에 대한 개런티조차 해결되지 않았다. 한인회는 이틀에 걸쳐 이들의 개런티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국 엔터테인먼트사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공연을 개최한 적도 없는 비전문가로 뭉친 한인사회 입장에서는 ‘일단 해보자라며 ‘반한 ‘혐한은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미얀마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통역을 맡았고, 급조된 현장 준비팀들은 4일 밤낮동안 무대와 공연장을 만들었다. 테이블을 나르고, 천막을 치고, 수천 개의 의자를 놓았다. 공연 당일에는 조금이라도 행사 경비에 보태고자 부인회가 나서 김밥과 오뎅, 핫도그를 팔았다. 이백순 대사를 비롯해 한인회는 남은 표를 어떻게든 팔기 시작했다.

공연 당일인 16일. 5일간의 사투로 만들어진 공연장과 무대 위에서 펼쳐진 공연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에서의 공연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연출 등 몇몇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전문가들의 힘으로 5일 만에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 어느 공연보다 의미가 있었다.

이정우 한인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내 일이 아닌 이상, 진심으로 봉사할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 부정적인 선입관을 여지없이 깨뜨렸습니다”라며 아티스트들에게는 늘 하는 공연 중의 하나일 뿐이었겠지만, 미얀마 한인 교민들에게는 이번 행사가 교민 전체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라며 교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의 공동 주최 측은 미얀마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오 모 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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