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 상장사 지분 흔드는 ‘외국계 큰손들’
입력 2015-06-25 09:12 

국내 상장사들을 좌우하는 ‘외국계 큰손들이 198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투자법인)들은 국내 상장사 285곳에 각각 5% 넘는 지분을 보유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국적별로는 미국계 투자회사가 상장사 120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이른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곳에서도 26개 상장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금융감독원 보고서를 토대로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외국 투자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조사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및 외국 투자법인이 소재한 국적을 기준으로 분석했고, 지분 현황은 지난 10일까지 보고된 내용을 반영했다. 주식평가액은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대량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 투자자가 속한 국가는 총 30개국이다.
미국 국적 법인이 투자한 상장사가 120곳으로 전체의 42.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 42곳(14.7%), 싱가포르 24곳(8.4%), 홍콩 17곳(6.0%), 영국 14곳(4.9%), 중국 9곳(3.2%), 네덜란드 6곳(2.1%), 캐나다 5곳(1.8%), 노르웨이·스위스 각 3곳(1.4%) 순이다.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곳에서도 26개사(9.1%)에 투자했다. 버진아일랜드(9곳), 케이만군도(8곳), 버뮤다(3곳) 등이다.
이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무려 40조원에 달했다.
미국 투자 법인들의 주식평가액이 18조원으로 전체의 36.7%를 차지했다. 다음은 네덜란드 투자회사들로 5조2523억원의 지분을 보유했다. 3∼4위는 싱가포르(4조1891억원), 일본(2조9084억원)이다. 중국 법인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1조2445억원이나 됐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소재 투자법인들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1조1603억원이었다.
대표적으로 SK C&C에 5.57%를 투자한 베스트 립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의 주식 평가액이 6798억원이었다. 법인 소재지는 버진아일랜드이지만 실질적 최대주주는 폭스콘 홀딩스로 대만 홍하이그룹이다.
외국인 투자자 중 국내 상장사에 5% 이상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미국의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피델리티 매니지먼트)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는 국내 상장사 52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주식평가액이 2조6198억원에 달했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다음으로는 영국 템플턴 자산운용사가 상장사 11곳에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주식평가액은 1조6696억원이다. 템플턴은 휠라코리아(11.64%), 현대산업개발, LF(7.49%)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미국 투자회사 더캐피탈그룹 컴퍼니인크는 상장사 5곳에 5% 넘는 지분을 확보해놨다. 네이버, 삼성SDI, LG유플러스 등이다. 주식평가액은 2조3200억원에 달한다.
국가별로 투자 목적 이유도 달랐다. 미국·영국계 법인들은 경영에 직접 참가하기보다는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일본·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계 투자법인들은 투자보다 경영 참가에 무게를 뒀다.
미국·영국계 법인 중에서는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LP와 엘리엇 어소시어츠LP 두 군데만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내걸었다.
엘리엇은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삼성물산의 7.12%의 지분을 확보했다. 엘리엇의 주식평가액은 7187억원이다.
일본·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계 투자법인 중에서는 중국 법인 100%가 경영 참가 목적을 투자 이유로 내세웠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각각 67%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외국계 투자 법인들은 과거부터 성장성이 높은 우량기업 중 최대주주 지분율이 30% 미만인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2∼3대 주주 역할을 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국내 상장사들이 기업지배구조를 견고하게 하고 경영 외풍을 견뎌내려면 최대주주 지분율을 30% 넘게 유지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소수 지분을 다수 가진 외국 투자자들이 더 많아 특정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더라도 이들이 최대주주를 배척해 경영권을 뒤바꾸게 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단순히 외국계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본을 위협적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