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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울리는 공룡의 발자국
입력 2015-06-25 06:01 
NC는 KIA를 상대로 22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KIA가 NC에 허용한 도루 지분만 30.1%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공룡은 확실히 호랑이의 천적이다. KIA는 지난 24일 NC에게 졌다. 시즌 8번째 패배(3승). 남은 5번의 맞대결을 모두 이긴다 해도 반타작이다. KIA가 NC에 우위를 점하기는 올해도 실패다.
지난달까지 3번의 시리즈에서 전적 우세를 가진 적도 없다. 싹쓸이를 당하면서 5연패 늪에 빠진, 아주 씁쓸한 경험도 있다. KIA는 NC에 유난히 약했다. 패인은 의외로 반복적이었다. 지난 24일 경기를 통해서도 왜 그랬는지를 엿볼 수 있다.
선발은 무너졌고,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특히, 타선의 기복이 심했다. KIA는 8안타 4사사구를 얻고도 1점 밖에 못 뽑았다. 응집력 부족이다. 하루 이틀은 아니다.
KIA는 NC전 11경기에서 55득점(경기당 평균 5득점)을 올렸다. 시즌 경기당 평균 4.7득점(67경기 312득점)보다 높다. 그러나 25점을 쓸어담았던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연전(그럼에도 NC에 1승 2패로 뒤졌다)을 제외하면, 경기당 평균 3.6득점(8경기 29득점)으로 뚝 떨어진다.
하지만 공격보다 수비가 안 되는 점이 더욱 크다. 결정적인 순간, 수비 미스가 나왔다. 24일 경기서도 2회 우익수 신종길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결정타였다.
더불어 수비란 게 팀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상대의 장점을 막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KIA는 NC의 장점을 살려줬다.
NC는 선두다. 타율 4위(2할8푼4리), 홈런 4위(75), 타점 3위(376), 평균자책점 3위(4.37), 세이브 2위(17), 홀드 2위(32) 등 고르지만 뚜렷하게 압도적이진 않다. 하지만 베이스러닝은 다르다. 105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2위 삼성(70)과는 무려 35개나 많다. 또한, 최하위 넥센(38)과는 거의 3배 가까이 차이다.

NC는 69경기를 치렀다. 산술적으로 경기당 평균 도루는 1.5개다. 그런데 NC는 KIA만 만나면 뛰었다. 아주 마음껏. NC가 KIA전에 기록한 도루는 22개로 21%에 이른다. KIA와 가장 많은 11경기를 치렀다고 하나,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도루 1위 박민우는 KIA전에서만 9번이나 훔쳤다. 김종호(5)와 이종욱(3)도 도루 대열에 동참했다. 100% 자동문은 아니다. KIA가 도루 저지도 6번이나 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랑이만 만나면 2루와 3루에 발자국을 큼지막하게 찍는 공룡이다.
지난 24일 경기에서도 도루 허용은 곧바로 KIA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1회 김종호의 2루 도루 성공 이후 나성범의 결승 2점 홈런이 터졌고, 5회에는 나성범의 2루 도루에 이어 테임즈의 적시타가 나왔다. 배터리를 흔들며 투수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단타로도 손쉽게 점수를 올렸다. 이 반복되는 패턴에 KIA는 당하기만 했다. 결정적인 한 방은 아니어도 그 한 방을 날리기 위한 중요한 요소였다.
KIA의 도루 허용은 73개. NC의 지분만 30.1%에 이른다. NC가 KIA전에서 도루 시도조차 안 한 건 5회에만 8실점하며 3-13으로 대패했던 지난 5월 29일 7번째 대결뿐이다. 호랑이만 만나면 열심히 뛰어 발자국을 찍는 공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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