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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경택 감독 “‘극비수사’, 어떤 평가가 와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
입력 2015-06-23 16:11  | 수정 2015-07-02 09:1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하얀 사각 안경테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쉰을 앞둔 감독이 고른 안경치곤 꽤 세련됐다. 그러고보니 살도 조금 빠진 듯 하다.
아, 이 안경요? 일단 주변에서 젊어 보인다고들 해서요. 이건 비밀인데 사실은 이게 멀티에요. 안경알이 크니까 멀티 기능이 좋아요.”
곽경택 감독(49)은 에너지가 넘쳤다. 인터뷰 내내 유머 넘치는 우렁찬 목소리로 쉴새 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어떤 질문에도 술술 막힘이 없었다.
‘버디물의 장인답게 이번에도 두 남자(김윤석 유해진)와 함께다. 18일 개봉한 영화 ‘극비수사는 휴먼 수사물이지만, 센 맛을 기대한 이들에겐 다소 싱거울지 모른다. 곽 감독은 자극적인 요소들을 빼고 담담하게 가보자”란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윤석은 소금만 찍어도 맛있는 닭백숙”에 비유했고, 유해진은 조미료를 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의 시작은 우연적이면서도 운명적이었다.
스타 감독으로 정점을 찍고 연이어 흥행 실패를 맛볼 무렵 ‘친구2를 만들었다. 그 영화를 찍으면서 공길용· 김중산 이 두 선생을 만나게 된다. 유괴사건에 뛰어든 형사와 도사 이야기, 감독의 호기심이 요동쳤다.
- 실화라곤 하지만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설정을 고민하지 않았나요?
초반엔 고민 했었죠. 시나리오를 고쳐가다 보니 결국 이런 이야기 할려고 한 게 아닌데 싶더라고요. 두 분의 따뜻한 마음이 좋았던 거고, 숨겨졌던 사실이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해도 다시 일상의 힘을 회복하는 그런 정서가 너무 좋아서 다 거뒀어요.”
-그래도 긴장감이 살아있던데요.
억지로 극적인 장치를 넣기보다 대신 미술적인 요소들로 긴장감을 만들어나갔습니다. 원래 수사본부가 예식장에서 극장 지하로 바뀌었고, 디테일한 미술 이미지들을 활용했죠. 잡혀간 아이가 호루라기 부는 장면이라거나, 그런 것들을 넣으면서 사건적인 긴장감 보다 신비적인 긴장감으로 채웠죠.”
-유괴된 실제 주인공이 평범한 주부로 잘 살고있다 들었어요. 직접 만나보셨나요?
메일로만 만나봤어요.”
-나중에 한 번 더 납치됐는데, 그 부분은 생략됐더군요.
처음엔 썼다 두 편을 한 편으로 엮는 게 너무 힘들어서 두 번째 사건을 잘라버렸어요.”
-애드립의 대가라 불리는 유해진씨를 정극에 출연시키셨어요. ‘도사 역과 잘 어울리던데요.
해진씨 하곤 작업을 한 번도 안해봤어요. 캐스팅 하기 전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의 평판입니다. (다들) 능력은 있겠죠, 해진씨는 사려 깊고 재치 있는, 한 칼을 읽는 사람이에요.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주인공들의 일상이 한참 그려집니다. 그런 부분들이 연출하기 더 어렵지 않나요?
정말로 따뜻하게 찍고 싶었어요.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합니다. 연기자들의 따뜻한 표정, 로케이션, 미술, 광선… 참, 노란색 광선이 중요했어요. 자세히 보면 마지막으로 갈수록 하늘이 계속 노랗죠.(웃음)”
- 소신(所信) 있는 사람들이 결국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감독으로서 소신은 뭔가요.
‘내가 아는 이야기만 하자에요.”
-고모로 나오는 장영남씨의 연기는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이전에도 한 번 같이 한 적 있죠?
처음엔 ‘무슨 연기를 이렇게 하지? ‘이런 이상한 호흡으로 대사를 치지 ‘그런데 왜 이렇게 잘 하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통증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마지막에 아쉽게도 통편집이 됐어요. 그때 솔직하게 전화를 드렸죠. ‘너무너무 미안하다. 당신 연기 너무 좋은데 편집하다 보니 통편집이 됐다고요. 그때 장영남씨가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런데 제 연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괜찮다 하고 쿨 하게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또 만납시다 했어요. 그래서 ‘친구2도 하고 이번에도 같이 했죠.”
-감독님 작품에서 여배우가 주인공인 경우는 드물죠.
그래서 여배우들이 절 보는 눈빛이 안 좋아요. 다음에 써줄 거라고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요.(웃음)”
-전작들을 보면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부터 현빈 김우빈까지 잘 생긴 남자배우들과 작업했어요.
그런 건 있어요.(웃음) 감독이 배우를 선택한다기 보다 쌍방이 사랑의 줄타기처럼 맞아야 됩니다. 배우도 여러 작품을 보고 감독도 여러 배우를 보고 있기 때문에요. 어떤 배우를 선택했다고 볼 수 없어요. 제 작품 뿐 아니라 다들 롱런하는 배우들이에요. 장동건 이정재 정우성, 현재까지도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잖아요. 그런 배우들과 일하면 가장 좋은 게 뭐냐면 배운다는 겁니다. 동건씨 같은 경우엔 생각보다 굉장히 큰 사람이에요. 큰 사고가 나도 어느 순간에 확실하게 잊어버려요. 스타가 되기 이전에 사람으로 매력이 넘쳐요. 그런 사람들과 작업한 게 뿌듯한 일이죠.”
-멜로물도 꽤 하셨죠. 감독님의 멜로엔 독특한 색깔이 있어요. 애틋한 갈증이 있어 보여요.
그런 부분이 있어요. 서사적인 로맨스는 꼭 하고 싶어요. 우리가 ‘잉글리시 페이션트 같은 영화를 보면 그냥 도시에서 알콩달콩이 아니라 정말 절실하고 아프잖아요. 영원할 것 같은 그런 사랑 이야기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목마름이 있죠. 그런데 저는 멜로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는 ‘느와르라고 하고. 이거 참~”
-감독님 이야기가 궁금해요. 의대를 중퇴하고 감독이 되셨잖아요. 부잣집 자제라고 들었어요.
그렇게 부자는 아니고요. 중산층과 상류층 그 정도 단계. 그렇다고 해서 사업해서 큰 부자가 된 사람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아버지가 알뜰하셨어요. 자식들의 교육비는 지원하는 방침이었지만, 유산은 없어요.”
-영화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도 가셨는데,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면 감독이 안됐을까요?
취재차 감방살이 하던 친구를 만나 술 마신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형님은 워낙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아서 그 사랑을 다른 사람한테 나눠준 게 보이는데 저는 아닙니다 하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부자였네는 동의할 수 없지만 ‘너네 집에 사랑이 많았네엔 동의합니다.”
-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어요?
저희 아버지는 평안남도 사람이고요. 어머니는 14살 때 목포에서 부산으로 오셨어요. 어릴 때 오전에 친척집에 가면 이북 말 쓰고, 오후에 엄마 쪽으로 가면 전라도 말을 써요. 저도 오리지널 경상도 사람이라고 볼 수 없어요. 저희 가족은 대화가 많았습니다. 아버지가 엄격한 분이긴 하셨지만 새벽 5시까지 술 마시고 와도 7시 아침 식사를 함께 했어요. 모든 일상의 이야기들을 식사시간에 해요. 아버지가 옛날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성대모사도 하고. 그런 환경들이 제가 이야기꾼이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었어요.”
-늘 다음 작품을 일찌감치 준비해놓는 부지런함도 부모님의 영향인가요.
체질적으로 엄마를 닮아서 그렇습니다. 습관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애들이 주변에서 뛰어다녔죠. ‘어디서 지원 받는다 그러면 학교가 들썩했어요. 장비 빌리고 난리였죠. 경쟁 모드에서 하나라도 안 찍으면 도태되는 느낌이니까 미국에서 살아남고 이기려고 하는 습관들이 직업적으로 영향을 받았죠.”
- 이번 영화를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는데,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은 없나요?
전혀 그런 것 없어요. ‘김윤석 유해진 나온대 ‘재밌대 ‘그거 보러가자 그랬으면 좋겠어요. ‘곽경택 감독이다 이런 이야기 안 나왔으면 좋겠고요.(웃음)
-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어요.
객관적으로 보려면 6개월 이상 걸려요. 너무 빠져있으면 잘 안 보여요. ‘저기서 사운드 좀 올릴 걸 ‘색깔은 왜 저럴까, 볼 때마다 그래요.”
-이번 영화가 감독님에게 중요한 시점 같아요.
열심히 했고요. 거기에 대해 어떤 평가가 와도 부끄럽지 않아요. 이제 ‘친구 갖고 또 하냐는 소리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 영화의 사주가 힘들어서 혹은 메르스 때문에 예상치 못한 힘든 결과가 오더라도 자신은 있어요.”
-도사님이 영화 흥행을 점치진 않았나요?
그런 것 없고요. 기도 많이 해주신다고 했죠.”
/사진=유용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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