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170여개 업체를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가운데 하반기에 60~70여개 기업이 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반기 실적을 확인하고 상장 준비에 나서는 IPO 시장 특성상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다가 증시 회복세도 두드러지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이 대부분 시장수익률을 넘는 짭짤한 이익을 내는 것도 열기에 힘을 보탰다.
◆ 올 하반기 60~70개 상장…상반기比 10배”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달 8일 미래에셋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시작으로 하반기 IPO 시장의 막이 오른다.
같은 달 10일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장품업체 토니모리가 상장을 확정지었고, 중순께에는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사인 이노션이 증시에 입성한다.
이와 함께 하반기 IPO 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LIG넥스원도 지난 3일 상장 예심을 청구하며 기업공개 작업을 본격화했다. 롯데정보통신, 제주항공, 용평리조트 등도 연내 상장이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하반기 공모 기업 수 60~70개, 공모 금액 1조5000억~2조5000억원에 달해 상반기 대비 10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도 재개된다. 헝성그룹, 차이나크리스탈, 로스웰전기 등 중국기업을 중심으로 약 18개사가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이 하반기 상장할 경우, 2011년 1월 중국고섬 상장 이후 4년 만의 기업공개가 된다. 당시 중국고섬은 상장한 지 2개월 만에 회계부정으로 거래 정지됐고 2013년 10월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이후 해외기업의 부실 논란과 신뢰 하락으로 상장이 전면 중단됐다.
올해 들어서만 PSI, 웨이나화장품, 패션아트, 레젤홈쇼핑, 골든체인 등 외국 기업 6곳이 국내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한 것도 상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코넥스 유망기업의 이전상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10개 이상의 기업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장외시장의 ‘황제주 더블유게임즈가 상장 대기 중이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상장을 독려해 유명세를 탔던 더블유게임즈는 이르면 다음달 상장 예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더블유게임즈는 상장 기대감에 지난 9일 장외시장에서 주당 61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상반기에만 70여개 회사가 상장 예심을 청구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증시가 좋아지면서 기업들이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올해 코스닥 신규상장사는 당초 목표였던 100개를 웃도는 120개에 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쏠쏠한 수익률에 공모주 투자 기대감도 ‘솔솔
IPO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상 최저 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대거 증시로 유입되는 가운데 공모주 투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공모주의 수익률은 연말 종가 기준 코스피 수익률보다 평균 42.8% 높았다.
특히 바이오 기업과 코넥스 시장에서 이전해 오는 기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해 4분기에 상장한 8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주가가 모두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8개사의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수익률은 평균 70.3%다. 이 중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옮겨온 의료기기업체 메디아나는 공모가 6200원에서 지난해에만 386.32% 올랐고, 지난 19일 종가는 2만9900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막바지에 코스닥에 상장한 녹십자엠에스, 휴메딕스 등도 견조하게 상승하며 투자자들에 쏠쏠한 이익을 안겨줬다.
올해 IPO시장에서도 바이오·헬스케어의 강세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특례로 지난달 29일 상장한 효소전문 바이오기업 제노포커스는 거래 첫날 공모가(1만1000원)의 2배 수준인 2만2000원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수익률은 130%에 달했다. 이후에도 상승을 거듭, 지난 19일에는 3만4850원까지 올랐다. 제노포커스의 공모주에 투자했다면 벌써 216%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밖에 상장을 대기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체도 3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달에만 26일 줄기세포치료 개발업체 코아스템, 29일 원료의약품 회사 경보제약의 상장이 확정됐다. 펩트론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다음 달 중순 첫 거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트로젠, 안국바이오진단, 나노바이오시스 등도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문경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PO시장은 저금리 시대에 좋은 투자대안이 되고 있다”면서 바이오 및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컨테츠 업체들이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하며 높은 공모주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IPO 시장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하면서도 신중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권하는 목소리도 있다. 청약물량이 많아 모든 공모주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IPO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자금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공모주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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