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20조 규모 러시아 고속철 사업 따냈다
입력 2015-06-21 19:09 

중국이 러시아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고속철 설계용역을 따냈다. 중국 매체들은 국력을 기울여 추진중인 ‘까오티에 저우추취(高鐵走出去 고속철 해외 진출) 첫번째 성공사례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 고속철 제작사 중궈중처는 이날 러시아의 국영 철도공사와 모스크바~카잔을 연결하는 770㎞ 고속철을 건설하기 위한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모스크바-카잔 고속철은 러시아를 방문중인 장가오리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체결식에 직접 참석한데서 알수 있듯이 중국 정부의 관심이 큰 사업이다.
이번 설계계약은 총연장 770km 고속철 건설을 위한 첫 발로, 중국측은 궁극적으로 자국산 고속철 수출과 철도건설 사업 수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라드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건설 프로젝트도 중국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사실상 중국에 고속철 사업 우선권을 주기로 한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미국과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공백을 메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옛소련 시대에 건설된 철도 등 낡은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는데도 중국 도움이 절실하다. 또 해당 노선은 2018년 러시아가 개최하는 월드컵 이전에 개통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철도를 놓고 고속철 운행시스템을 갖추는 기술은 중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한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100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자해 1만5000km에 달하는 국내 고속철을 완공해 세계 최장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 고속철 프로젝트는 반드시 따내야 하는 사업이었다. 원전과 고속철 분야에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해온 중국 정부는 올들어 이를 위해 해당 분야 국유기업들을 잇따라 합병시켰다. 러시아 고속철 사업 수주를 노리는 중궈중처도 중국내 1,2위 고속철 제작사인 난처와 베이처를 합병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태국 고속철사 수주전에서 일본 기업들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중남미 고속철 수주전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해 중국 정부가 체면을 구긴 상태였다.
시진핑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위해서도 러시아 고속철 사업권이 꼭 필요하다. 일대일로 구상에는 육로를 통해 유럽과 중국대륙을 연결하는 방안이 담겨있고, 그 가운데 핵심은 모스크바에서 베이징까지 고속철 연결이다.
중국 일간 베이징천바오에 따르면 내년부터 본격 시작될 공사에는 180억달러(약 20조원)가 투입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약 30% 정도를 중국이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은 최대 시속 400㎞로 설계되며 모스크바에서 카잔까지 현재 13시간 걸리던 것을 3시간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러시아 중동부 타타르스탄공화국 수도인 카잔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시 가운데 하나다. 모스크바-카잔 고속철은 향후 모스크바에서 동남쪽으로 1600㎞ 떨어진 예카테린부르크까지 확장될 예정이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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