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메르스 사태 핵심 `재난의료관리 표준 가이드라인` 부재
입력 2015-06-21 19:09 

최근 한국 사회를 대혼란에 빠뜨린 이른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한국의 감염병 예방과 재난의료 시스템이 전혀 공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보건 당국이 신속히 메르스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평택성모병원을 격리조치했다면, 그리고 이 병원을 다녀간 사람들을 조기에 추적·관리했다면 메르스는 이미 한국 땅에서 완전히 퇴치됐을 것이다.
그러나 사태 초기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은 철저한 실패로 이어졌다. 정부는 첫 확진자가 나온지 9일째만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부랴부랴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적인 위기에 대응할 목적에서 조직한 국민안전처는 지난 한달간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한국에 마땅한 재난의료관리 표준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임상부교수는 지난해 경주 리조트 붕괴와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난의료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책임과 주관이 비효율적으로 여러 기관에 중복돼 있거나 산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재난 대비 외에도 지역재난대응 협의체 구성, 표준화된 의료기관 재난 대응 체계 프로그램 개발, 재난 대응 매뉴얼 개발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형사고가 발생할때마다 언급되는 국가재난병원 설립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물론 당장 시설비 인건비 운영비 등에만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재난병원을 새로 만드는 것은 예산 제약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지방 거점병원 등 기존 의료자원들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예산을 아끼면서 효율을 극대화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각 시나리오별 소요 예산을 추계하거나 사업별 타당성을 평가하고 예산권을 보유한 기획재정부에 정식으로 예산을 요청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보건당국이 그만큼 재난의료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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