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30명 자살 中증시, 거품붕괴인가 조정인가
입력 2015-06-21 16:11 

상하이와 선전 증시가 6% 넘게 폭락한 지난 19일, 중국 인터넷에서 한장의 사진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 젊은 여성이 주가 폭락에 충격을 받아 투신자살한 사진이었다. 이보다 며칠전에는 후난성 창사에서 170만위안(약 3억원)을 빌려 주식을 매입해 손실을 입은 남성이 투신해 숨진 사건도 있었다. 랴오닝대학의 한 교수 역시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최근 주가 폭락으로 자살을 택한 개미투자자가 3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4000포인트를 돌파한지 두달만에 5000선까지 뚫고 올라갔던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주 13.3%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간 낙폭으로는 2008년 6월 이후 7년만에 최대 규모로, 한주간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9조2400억위안(약 1650조원)에 달한다. 코스피 시총보다 더 큰 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업종별 주가로는 이날 하룻동안 건설(-9.0%) 회학(-8.1%) 식품(-7.6%) IT(-6.8%)이 많이 빠졌다.
잘나가던 중국 증시가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 이유는 뭘까. 중국 증권사들이 증시 급락의 꼽은 원인은 대략 4가지다. 첫째는 신용거래 규제다. 주가 상승기에 빚을 내 신용거래에 나서는 개미투자자들이 늘자 증권감독 당국이 대책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뒤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둘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가들의 금리인상 움직임이다.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이를 신호탄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 증시에 투자한 글로벌 펀드들은 6월 들어 속속 자금을 빼내고 있다.
셋째는 지수 급등에 따른 경계매물이다. 상하이지수가 5월에만 30% 가까이 폭등한 뒤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지난주 상하이지수가 13% 넘게 폭락했지만 올들어 주가가 100% 넘게 오른 종목은 여전히 700여개나 된다. 대주주들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가가 급등해 보유지분 가치가 큰 폭으로 오른 대주주들이 너도나도 지분매각에 나서고 있다.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올들어 17일까지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에서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기업은 1234곳, 매각 지분액은 4771억위안(약 85조원)에 달한다. 대주주들의 잇따른 지분매각은 증시가 고점에 왔다는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넷째는 대규모 기업공개(IPO)로 인한 물량 부담이다. 지난 17일부터 이달말까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23개 종목이 신규 편입되는데, 궈타이쥔안증권 한 종목에 몰린 청약자금만 2조3500억위안(약 420조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신주청약을 위해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치워 낙폭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시장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앞으로 대규모 IPO를 허가할 전망이어서 증시 물량부담은 당분간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초 상하이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을 때만 해도 올해 안에 8000포인트까지 갈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낙관론 일색이었지만, 이제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잉다증권연구소 리다샤오 소장은 20일 왕이재정망을 통해 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면서 지난주 폭락은 거품붕괴 시작일 뿐이고, 바닥이 어디일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중신건투 증권사도 20일 보고서를 통해 증시가 이제 조정국면에 진입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섣불리 매수에 가담하기보다는 다시 상승추세로 전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반해 중국 증시가 2007년과 같은 폭락장을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리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투자 같은 부양책이 기다리고 있어 증시 여건이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창업판지수 주가수익비율이 100배까지 오를 정도로 증시과열 논란이 컸다”면서 지금 조정을 받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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