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경숙 표절 논란 2라운드···“문단권력 반성해야”
입력 2015-06-21 15:28 

소설가 신경숙(52)의 ‘표절 의혹이 출판계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2라운드로 번지고 있다.
신씨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현택수(57)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사안에 대해서 문단 내부의 자정 작용을 요구하며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 씨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은 20일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뤄져야 한다.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검찰조사는 반드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 미개사회가 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고발로 인해 창비와 문동(문학동네), 표절, 신경숙의 문제가 모두 희석되고 그들과 함께 검찰에 저항해야 하는 수순”이라며 한국문학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문학의 자존심을 위해, 이 시대 문학의 갱신을 위해 검찰 고발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도 트위터에서 ‘분지나 ‘오적처럼 반공법 위반혐의로 국가권력의 수사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있었지만 ‘표절을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를 촉구하는 예를 본 적은 없다. 이것은 한국문단이 성숙한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고발한 분은 숙고하시기 바란다”고 검찰수사로 번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23일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화권력의 현재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토론회에서는 정은경 문학평론가, 심보선 시인, 계간 ‘문화과학 정원옥 편집위원이 참여한다. 작가회의는 작가 스스로가 나서서 독자와 동료들에게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히며 사과해 주기를 기다렸으나, 아직까지도 작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아무런 대응 움직임이 없다”며 그러는 와중에 검찰수사를 촉발시키는 해괴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작가회의는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작동 양상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한국문학의 자정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인들은 출판계 내부의 강력한 반성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독자들이 한국 문학 전체에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오길영 충남대 문학평론가 영문과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불거진 것은 표절 문제지만 여기에는 창비와 문동(문학동네)이라는 한국 문학계의 권력 집단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공생관계가 깔려 있다”며 신경숙을 옹호하는 창비와 문동의 입장은 결국 자신들의 매출을 올려주는 유력한 상품을 무조건적으로 지키려는 안간힘”이라고 단정하며 이들의 반성을 요구했다.
17일 표절 논란을 반박한 뒤 거센 역풍을 맞은 창비는 이튿날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앞선 보도자료에) 담아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미흡한 사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거센 분노를 사고 있다.
더불어 신경숙의 주요작품 ‘외딴방‘깊은 슬픔 등을 출간해온 문학동네의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서는 19일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있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입을 열었다. 한국일보를 통해 같은 것을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신경숙 작가의 뛰어난 작품들마저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작품들에 제출한 상찬을 철회할 이유도 없다”고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또 그래서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사과하고 이를 창작활동의 한 전기(轉機)로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해 작가의 사과를 요구했다.
표절 논란 이후 SNS에서는 신경숙의 추가 표절 의혹이 우후죽순 제기되고 있고, 전경린의 소설 ‘엄마의 집이 가수 강타의 가사를,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가 프랑스 시인 폴 엘리에르의 시를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신경숙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표절 스캔들은 이제 작가 개인 차원을 넘어서 문단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불길을 가라앉힐 방법은 작가의 통절한 반성 밖엔 없어 보인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도 ‘작가가 직접 나서서 말해야 한다. 출판사가 나서니 ‘문학권력 운운으로 뭇매를 맞는다”고 신씨의 반성을 촉구했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