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기료 0원에 환기까지 자동으로’ 미래형 아파트 가보니
입력 2015-06-18 17:10 
현대건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전경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이번달 전기료는 0원이 나왔군. 기분 좋은데. 차 안에서 듣던 음악을 집에 올라가 이어서 들어야겠다.”
회사원 이 모 씨가 차를 몰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면 자동차 전면 유리창에 관리사무소에서 보내준 이달치 전기료 안내 공지문이 스르르 뜬다. 지하 주차장 현관 출입구에 차를 대고 내리면 이번엔 자동 주차 제어 시스템이 알아서 빈 공간을 찾아서 주차를 해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집 현관을 열면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창문을 일부러 열지 않아도 실내 공기는 쾌적하게 환기가 이미 돼 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닥쳐온 현실이다.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지난해 11월 지상 4층 높이, 연면적 2470㎡ (약 748평) 크기로 완공된 현대건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는 외양부터가 독특했다. 부메랑 형상을 띤 건물 외부에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각도가 조절되는 전동형 차양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세로형의 경우 개당 높이가 2미터가 넘는 블라인더로 건물 내부로 태양열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장치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들이 설치되어 있고, 내부에는 그린스마트를 위한 최첨단 기술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국내 에너지효율인증(G-SEED) 최고등급과, 미국 친환경건축 인증인 LEED의 플래티넘 등급 획득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기술들이 반영됐다. 175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는 연구개발본부에는 거액의 연봉을 들여서 모셔온 미국, 스페인 등 해외파 엔지니어들도 함께 근무중이다.
이석홍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장은 경쟁이 치열한 단순 하청 도급 수주 시스템에서 벗어나 설계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R&D(연구·개발) 역량강화가 절실하다”며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는 태양열 발전과 단열창 등 친환경 녹색 기술을 건물에 적용하는 한편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 이를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첨병 구실을 한다”고 밝혔다.
미래형 건물에 적용되는 친환경 기술과 자동 제어시스템을 동시에 테스트하는 최첨단 실험실 건물은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설계·시공했다.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오토에버, 현대종합설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기술 개발에 함께 참여했다. 이를 통해 차에 적용되는 오토메이션 시스템과 건물의 지능망 개발이 함께 연동되는 게 가능해졌다.

건물 4층으로 올라가니 실험용으로 제작된 85㎡ 규모 아파트 2가구가 눈에 들어온다. 한 가구는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전기 등 외부 에너지 사용량을 70%까지 줄이도록 설계됐고 나머지 한 가구는 외부 에너지 사용량을 제로로 만들도록 설계가 됐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22㎜ 복층 로이유리 등 고효율 단열재를 장착하는 한편 낮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을 통해 모은 자연 에너지를 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료전지에 축적해 제로 에너지 실현이 가능했다.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스스로 빨아들이는 벽지, 음식 냄새를 맡으면 알아서 작동하는 스마트 후드도 눈에 들어왔다.
거실 벽에는 7인치 크기 액정화면의 세대별 에너지·환경 관리 컨트롤러(TEEMS)가 부착돼 실내 공기질을 항상 쾌적하게 유지한다. 이홍성 차장은 사람이 일일히 손으로 창을 여는 게 아니라 컨트롤러가 알아서 거주자의 취향을 반영해 자동으로 창을 열고 닫도록 한다”며실험실에서 개발된 친환경 에너지 절감기술들은 앞으로 힐스테이트 단지들에 차곡차곡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태양광 등 건물 자체에서 생산되는 내부에너지와 한국전력 등에서 공급받는 외부에너지 하루 사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건물 통합운영 및 에너지환경관리시스템 개발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자동차가 아파트 단지로 진입해 일정한 곳에다 대 놓으면 자동으로 빈 주차공간으로 차를 대는 자율주차시스템, 집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 기술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라고 연구소측은 설명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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