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넘치는 이야기꾼 이해영 감독과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엄지원-박보영의 도전이 반갑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관객들은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이 개봉하기 전까지 단연 ‘공포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연출한 이해영 감독이나 출연한 배우들 모두 입을 모아 공포가 아니라 미스터리다. 귀신이 나오지 않고 전혀 무섭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발언처럼 ‘경성학교는 공포가 아니라 미스터리이다. 거기에 미약하지만 액션과 웃음이 나오는 반전 등이 더해져 센세이션하다. 누가봐도 충무로 대표 이야기꾼 이해영 감독의 작품답다.
‘차이나타운 김혜수와 김고은의 바통을 이어받을 엄지원, 박보영의 조화가 예상대로 완벽해 다시 한 번 이들의 변신에 박수를 치게 된다. 두 사람은 제작보고회와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찰떡 호흡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보영은 선배 엄지원으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현장 호흡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작품을 통해 엄지원은 히스테리로 가득한 악역인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교장 역으로 공작새다운 매력을 뽐낸다. 도도한 걸음걸이는 물론 새치름한 표정, 일본어 연기로 이미지 변신의 성공을 알렸고, 박보영 역시 청순과 카리스마 등 극과 극 모습으로 이전에는 몰랐던 박보영의 재발견까지 알려주고 있다.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박소담, 공예지 역시 신인임에도 제몫을 다해냈다.
배우들의 연기라는 준비물이 완벽하게 차려진 가운데, 이해영 감독의 재기발랄한 발상은 헉”소리를 나게 만든다. 동시에 호러 비슷한 부분으로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기묘한 변이를 일으키는 식으로 연출했다”며 대중적으로 만들었다. 아마 천만 관객이 영화를 볼 법하다. 이렇게 대중적인 영화가 있을까 싶다. 교과서에 실릴 만 하다”고 너스레를 드러낸 이해영 감독의 말에 십분 동감할 것이다.
재기발랄한 이야기에 놀라면서도 일제강점기 중 민족말살통치기에 놓였던 비극적인 시기인 1938년을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이에 이해영 감독은 재미있고 절묘한 시대이다. 조선인이기에 정체성을 가질 수 없었던 시기와 여학생들의 과도기적 감성이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그 당시의 시대적 정서와 소녀들의 정서가 만났을 때 화학반응 같은 게 있다”며 해당 시기를 주배경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많은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만큼, 영화의 소재가 경성학교에 다니는 소녀들인 만큼 풋풋하고 소녀다운 분위기가 곳곳에 드러나 이보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울 순 없다. 소녀들이 생활하는 304호 기숙사와 아지트, 꽃잎, 초 등의 오브제가 소녀들만의 섬세한 감정을 대신해줘 이해도까지 높였다.
전작이 재기발랄함으로 관심을 모았다면, 이번 작품에선 재기발랄에 배우들의 시너지, 아름다운 비주얼까지 더해져 한층 풍성해졌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