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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극비수사’, 형사물에 끼어든 점쟁이…실화의 힘은 세다
입력 2015-06-16 21:0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납치범을 쫓는 형사물에 점 보는 도사가 끼어들었다. 긴박한 추격전이나 액션, 스릴러 요소가 강해야 하는 장르에 점쟁이의 등장이라니, 그것도 사건 해결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인물이기에 비현실적-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 ‘극비수사(감독 곽경택)는 실화다. 1978년 부산에서 일어났던 아이 유괴사건을 영화화했다. 형사 공길용과 도사 김중산이 힘을 합쳐 아이를 무사하게 구출한, 믿기 힘들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부산 거대 수산업 사장의 딸이 납치된다. 열흘이 지나도 범인은 연락이 없다. 아이 엄마와 고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점집을 찾아다닌다. 모두 아이가 죽었다고 하는데 김중산(유해진)만 아이가 살았다고 한다. 엄마는 아이와 사주가 잘 맞는 형사가 나선다면 아이가 돌아온다는 도사의 말을 믿고 공길용(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산에서 알아주는 베테랑 형사인 길용. 촌지도 받고 적당히 관례를 용인하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속물은 아니다. 유괴사건이 벌어진 곳과는 다른 지역 형사인 그는 다른 경찰서 형사들과 공조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형사들이 길용을 탐탁하게 생각할 리 없다. 서울 지역 형사들까지 합세한 공조 수사는 꼬일 대로 꼬인다. 길용은 납치된 아이 부모의 부탁에 합류하게 된 중산도 못 미덥다. 미신이라고 치부했지만 보름 후 범인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는 중산의 예언이 들어맞는 등 아이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가자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극비수사는 일반 관객이 원하는 한방은 없다. 반전도 없다. 그간 많은 작품에서 웃음을 전했던 유해진에게서 웃음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반전과 한방, 호쾌한 액션, 추적신을 기대하는 이들은 실망할 정도다. 하지만 반전을 위한 반전을 노린 영화에 질린 관객들에게는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김윤석이 소금만 찍어 먹어도 맛있는 백숙 같은 영화”라고 했는데, 적확한 표현이다.
범인 검거에만 혈안인 다른 형사들과 달리 아이를 구하려고 애쓰는 길용과 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고 힘을 보태는 중산. 두 사람은 담백하고 끈질기게 관객을 결말까지 이끌고 간다. 두 남자의 소신 있는 행동과 믿음에 자연스럽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감독은 사건 해결 이후 두 사람의 삶을 다소 길게 보여주는데, 미소를 머금게 한다. 판타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던 이야기는 실화라는 힘을 받아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1970년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아이를 찾는 길용과 중산에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 시리즈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재미가 전해진다.
김윤석, 유해진의 연기는 어땠냐고? 말해 무엇하랴.
미신을 조장하거나 그 신비함을 추어올리려 하는 영화는 분명 아니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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