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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ISD 소송? "승산없는 싸움"
입력 2015-06-16 17:44  | 수정 2015-06-16 22:01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나설 순 있다. 하지만 승산 없는 싸움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합병 건에 정부의 정책 및 권한행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ISD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6일 삼성물산과 법원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서에 ISD 관련 내용을 기술하지 않았다.
다만 국내 언론을 중심으로 엘리엇의 ISD 제기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면서 실현 가능성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이다.
ISD에 정통한 법조인들은 엘리엇의 ISD 제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ISD에 나서기 위해선 이번 합병 과정에 한국정부가 개입된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 내 의사결정에 따른 사안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이번 합병으로 발생한 손해와 관련해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수용 △대우의 최소기준이라는 4개 원칙 중 하나라도 우리 정부가 위반한 사실이 있어야 ISD 제기가 가능하다.

우선 외국인투자자를 자국민과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국민 대우' 조항과 외국인 투자자를 또 다른 제3국 투자자보다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최혜국 대우' 조항에선 문제 삼을 여지가 없다. 재산몰수를 의미하는 수용도 이번 건에선 아무런 해당 사항이 없다.
핵심은 '대우의 최소기준' 조항 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인데 이를 문제 삼기도 쉽지 않다. 정부가 합병추진 과정에서 권한행사나 법 개정 등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ISD 전문 변호사는 "투자자가 기존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봤거나 법적 절차의 적정성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정부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라는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합병을 앞두고 정부 정책이 바뀐 게 없어 이를 문제 삼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병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제176조 5)에 명시된 상장사 간 합병비율 산정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이 법이 개정된 것은 2013년 8월로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가 시작되기 전이다. 따라서 합병비율 기준을 제시한 자본시장법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위해 제정됐거나, 특별히 엘리엇에 불리하게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기준 아래 지난 2년여 간 기업 합병이 계속돼 온 점도 ISD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은 근거로 꼽힌다.
물론 엘리엇이 무리수를 둬서라도 한국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ISD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취득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으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설 경우 이를 빌미로 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엘리엇과 삼성 간 소송에서 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내린 경우, 외국인투자자에게 차별적이라며 문제삼을 소지도 있다.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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