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메르스 발병 25일···여행레저·소비·유통주 직격탄
입력 2015-06-16 16:10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한지 25일이 지난 가운데 관련주 주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띠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름 성수기에 강세를 보이던 여행·항공주는 물론이고, 호텔·면세점, 유통과 중국 소비주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16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왔던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주가가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업종은 화장품·밥솥 등 중국 소비주가 대거 포함된 가정생활용품으로, 평균 21.3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인 3.7%를 훌쩍 밑도는 성과다. 바로 그 뒤를 이은 항공운수와 백화점 업종지수도 각각 16.32%, 12.52% 하락해 조정폭이 컸고, 이밖에도 개인생활용품(-5.90%) 호텔 및 레저(-5.74%) 식료품(-4.92%) 등 지수가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종목별로 봐도 올해 코스피 상승세를 주도했던 화장품 등 중국 소비주들 침체의 골이 가장 깊었다. 화장품을 쓸어담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이 뚝 끊으면서다. 메르스가 증시를 덮치기 전 43만원대까지 돌파했던 아모레퍼시픽은 9.46%나 하락해 38만원대로 내려온 상태로 종전 주가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주가도 88만원대에서 73만원대까지 16.67% 미끄러졌다.

대장주보다도 그 동안 오름폭이 컸던 중소형 화장품주의 떨어지는 속도가 더욱 가팔랐다. 요우커(遊客)들 사이에서 마스크팩이 인기를 얻으며 지난 1년간 최고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산성앨엔에스 주가가 35.45% 급락한 데 이어, 한국화장품 에이블씨엔씨 한국화장품제조 한국주철관 등이 20%가 넘는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주와 더불어 여행·레저업종도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입국(인바운드) 수요가 줄어들고, 최대 성수기 대목인 7~8월 장사에 타격이 불가피해지면서 주가가 조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나투어 주가는 13만7500원에서 11만8500원으로 13.82%, 모두투어 주가는 3만8300원에서 3만4600원으로 9.66%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레저주인 AJ렌터카 롯데관광개발 등은 10% 이상, 호텔과 면세점 관련주인 호텔신라,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은 5% 이상의 하락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행·레저주 조정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저가매수 기회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인해 LIG증권 연구원은 현재 취소되는 예약들은 당장 6월 출발이 임박한 근거리 상품”이라며 메르스가 2~3분기 실적 개선 전망을 뒤집을 만한 악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매수를 권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CIMB증권의 옥태종 연구원도 한국 여행사의 경우 출국(아웃바운드) 수요가 꾸준히 많기 때문에 시장 염려에 비해서는 실적 하향이 제한적일 것”며 분할 저가매수를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의 사스(SARS) 발병 사례를 살펴봤을 때 인바운드 여행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약 6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연말은 돼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처지의 항공주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까지 오르기 시작하면서 겹악재에 고전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각각 12.91%, 13.58% 떨어졌고, 저가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티웨이홀딩스(티웨이항공)와 AK홀딩스(제주항공)도 약세다.
한편 유통주 만큼은 저가매수에 나서라는 조언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의견이 많아 주목된다. 지난 4~5월 회복세를 띠던 소비심리가 메르스 확산으로 위축되면서 유통주 실적 회복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유통주 내에서도 온도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편의점 등 소형가게보다는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의 피해가 크다. 롯데쇼핑 주가가 27만원에서 22만1500원으로 17.96% 미끄러지며 16일 52주 신저가까지 내려왔고, 현대백화점, 롯데하이마트, 신세계 등도 10% 넘게 하락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던 2분기 유통업종 실적 하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일단 훼손된 소비심리가 돌아오기까지 상당시일이 필요해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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