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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멘토①] 우린 언제부터 멘토를 갈구했나
입력 2015-06-16 14:24 
디자인=이주영
[MBN스타 이다원 기자] 이른바 멘토시대다. 본래 뜻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을 이른 말이지만 막연한 취업난과 불황, 불안정한 국내 실정과 엮이면서 또 다른 수익구조의 대중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름난 명사,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들의 지혜를 듣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토크콘서트 티켓이 7~8만원에 팔려나가는 상황. 우린 대체 언제부터 멘토를 갈구했던 것일까.

멘토가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건 1900년대 무렵이다. 미국에서 청소년 비행을 예방하기 위한 기관 ‘빅 브라더, 빅 시스터(Big Brother, Big Sister)가 1904년 설립됐고, 이후 1992년 청소년 범죄 및 비행방지법 법정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1980년대 취약가정 청소년과 성인 후원자의 일대일 결연이 시작되면서 ‘멘토 혹은 ‘멘토링이란 단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IMF를 겪으면서 청년들의 진로 선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고, 싸이월드와 네이버 등지에서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던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폭발적으로 팔리면서 문화적 콘텐츠로서도 소구력이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내에도 멘토란 개념이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유교 사회 이전부터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을 내 존경받는 노인이나 훈장, 학교 선생 등에게 지혜를 구했던 것. ‘선생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을 새길 정도로 이들에 대한 존경심은 지금 ‘멘토에 버금갔다.



하지만 이런 멘토들은 급격한 사회 성장과 개인주의 팽배로 서서히 존재감을 잃고 말았다. ‘노인공경이라는 문구를 일부러 넣어야 할 만큼 노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은 바닥을 쳤고, 학교 선생과 학부모, 학생 사이 갈등이 심해지면서 사회적 멘토로서 자격을 잃고 말았다.

이처럼 전통적 멘토들이 사라진 사회에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사회적 명성을 얻거나 경제적 부를 축적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여기에 매스컴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면서 대중은 심히 동요했다. 주머니를 열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삶의 지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듣고자 했다.

방송가에선 트렌드처럼 ‘멘토를 다룬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KBS2 ‘강연 100도씨 tvN ‘스타특강쇼 등 멘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졌고, 김제동, 김미경, 김난도 등이 명사로서 이름을 높였다. Mnet ‘슈퍼스타K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심사위원과 참가자를 멘토-멘티 형식으로 묶기도 했다.

토크 콘서트 형식의 강연 티켓도 불티나게 팔렸다. ‘청춘콘서트 ‘열정樂서 등 사회 진입을 코 앞에 둔 청년이나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2012년 3월 이정희, 유시민, 조국을 필두로 토크콘서트 ‘체인지 2012, 여권에서 개최한 ‘드림콘서트 등이 펼쳐졌다.


하지만 최근 이런 멘토 열풍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로 청춘에게 아픔을 당연하게 강요하지 마라며 멘토 열풍에 쓴소리가 쏟아졌다. 멘토가 수익구조와 연결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건 아니냐는 비판들도 쏟아졌다. 뿌리 잘린 멘토 개념에 균열이 오기 시작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멘토 열풍, 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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